강원 산불, 전국서 소방차 872대, 소방관 3200명 집결
4일 밤 강원 고성군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시 교동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를 위협하자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5명이 연신 물을 뿌리며 분주히 움직였다.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불길이 충전소 수십m 앞까지 다가온 위급한 상황이었다. 충전소 인근엔 아파트단지 4곳과 속초경찰서, 또 다른 가스충전소가 위치해 자칫 대형참사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가스충전소는 조그만 불씨에도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장소였지만 소방관들은 본인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호스를 잡고 불길을 잡는 데에 열중했다.
최근 산불은 헬기가 투입되지 않으면 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날 고성산불은 밤에 일어나 헬기가 뜰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 때문에 야간 진화는 온전히 소방관들을 중심으로 한 인력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산불 진화와 확산을 막기 위한 최전선은 소방관들이 맡을 수 밖에 없었다. 소방청은 4일 산불이 겉잡을 수없이 번지자 오후 7시38분 대응 1단계, 오후 8시23분 대응 2단계를 거쳐 9시 44분 전국 차원의 소방차가 출동하는 최고 수준인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화재현장으로 강원소방 소속 소방차 52대를 비롯해 서울 인천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북은 가용 소방차의 2분의 1, 부산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남은 가용소방차의 3분의 1을 지원하는 등 모두 872대의 소방차와 3,200여명의 소방관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5일 동이 튼 후 헬기가 출동할 때까지 진화작업과 함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가와 주유소 등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소방관들은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잿더미로 변하는 임야와 민가들을 바라보며 허탈해 하면서도 하나의 재산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속초시 장사동 속초고는 이런 소방관들의 노력으로 배움의 터전을 지킬 수 있었다. 소방관들은 날이 밝은 뒤에는 속초와 고성 등 곳곳에서 끼니를 거르며 잔불 정리작업도 벌였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어려운 일을 당한 이웃을 도와주는 우리의 전통이 이번에 더욱 빛났다”며 “천릿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와 도와준 전국 시ㆍ도와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의 응원의 목소리도 크다. 네티즌들은 밤새 주유소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소방관들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소방관들도 대피하셨으면 한다”거나 “눈물이 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또 “자다가 비상 걸려 급하게 불 끄러 나가셨다”며 산불 진화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아버지를 걱정하는 네티즌의 글에도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거나 “안전을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사명감과 생존 그 사이에서 어딘가에 고뇌하다 결국은 사명감을 선택할 이분들의 생명을 지켜달라”며 소방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글들도 많았다.
고성ㆍ속초=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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