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쏘나타’는 1985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해 온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다. 지난 35년 간 ‘쏘나타’는 현대차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자리잡았다. 현대차는 1985년 출시한 1세대 쏘나타를 그 해 1,029대 판매했고, 지난 2월 기준 국내 누적 판매대수 35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가 5년 만에 완전 변경해 지난달 출시한 8세대 신형 쏘나타는 사전계약 일주일 동안 1만3,000대 가까운 물량이 팔리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 아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나타는 지난해까지 해외 누적 판매량도 800만대를 넘었다. 쏘나타는 우리나라 산업과 수출 산업의 대표 아이콘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대를 앞서는 새로운 기술 진보와 혁신에 바탕을 둔 성공적 세대 교체가 쏘나타 브랜드에 30년 넘는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것”이라며 “세대를 거듭할수록 판매와 브랜드가 함께 높아진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1985년 1세대 ‘소나타’와 ‘쏘나타’
198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중형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현대차는 1983년 5월 포니에 이은 현대차 제2의 고유모델이자 최초의 자체 개발 중형차인 스텔라를 선보였다. 각각 1,400㏄와 1,600㏄ 엔진으로 출시된 스텔라가 큰 인기를 끌자 현대차는 1985년 11월 스텔라의 기본 차체에 1,800㏄와 2,000 ㏄ 2종의 시리우스 엔진을 탑재한 ‘소나타’를 출시했다.
소나타는 △자동 정속주행장치 △파워핸들 △파워브레이크 △자동조절 시트 △전동식 리모컨 백미러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첨단사양들이 장착됐다.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를 제품 콘셉트로 내걸고, 당시 인기배우 신성일이 첫 번째로 계약해 국내 고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차는 출시 이듬해인 1986년 ‘쏘나타’로 차명을 바꿨다.
첫 중형차 수출의 주인공 2세대 ‘쏘나타’
현대차는 2세대 쏘나타 개발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첨단 스타일을 완성, 첫 중형차 수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로 다짐했다. 이에 1988년 6월 출시된 2세대 쏘나타는 철저하게 수출 전략형 중형차로 개발됐다. 기존의 각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공기 역학을 중시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이 도입됐다. 쏘나타의 이미지 혁신을 완성하는 동시에 주행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중형차의 상징과도 같던 후륜대신 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해 눈과 빙판길이 많은 우리나라의 기후에 적응력을 높였다.
쏘나타는 당시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독일 자동차업체의 아성에 맞서며 1989년 국내 전체 차종 통합 판매 3위를 기록했다. 1988년 11월에는 쏘나타 3,277대가 미국으로 수출되며 중형차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에 수출되는 기록을 갖게 됐다. 향후 ‘국민차’ 반열에 오른 쏘나타의 출현을 알리는 포성이었다.
국산 중형차의 대중화 문 연 3세대 ‘쏘나타II’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내 중형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 또한 한층 치열해졌다. 이에 현대차는 대한민국 중형 세단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목표로 1993년 5월 3세대 쏘나타II를 선보였다. 쏘나타II는 출시 후 불과 33개월 동안 무려 60만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며 전국민적인 중형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쏘나타의 ‘국민차’ 등극이었다. 쏘나타II는 지금까지도 역대 쏘나타 시리즈 중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을 만큼 출시 당시로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쏘나타II는 △SRS 에어백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 △전자식 서스펜션(ECS) 등의 첨단사양이 적용됐고, 신냉매 에어컨과 리싸이클 시스템 등으로 친환경성을 강화하는 등 국산 중형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쏘나타II는 이후 그랜저의 전신인 마르샤를 탄생시킨 밑거름이 됐고, 글로벌 시장에서 쏘나타 브랜드로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산 중형차의 기술독립 이뤄낸 4세대 ‘EF쏘나타’
현대차는 1998년 3월 4세대 EF쏘나타를 출시했다. EF쏘나타는 현대차 독자기술로 개발한 175마력의 2,500㏄ 델타 엔진과 인공지능 하이벡(HIVEC)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우리나라 중형차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린 모델이다. 엔진 무게를 기존 대비 20% 이상 줄여 동급 최고의 연비를 달성했고, 충돌안전성과 서스펜션 개선을 통한 뛰어난 승차감도 구현했다. 쏘나타 앞에 붙은 ‘EF’는 차량의 프로젝트명으로, ‘우아한 느낌(EF, Elegant Feeling)’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EF 쏘나타는 차체 옆면의 날카로운 사이드 캐릭터 라인, 볼륨감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클래식한 차체 후면의 리어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EF쏘나타는 출시 초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인한 경제여파 때문에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이후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간 연속으로 국내 전 차종 판매 1위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EF 쏘나타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한국도 제대로 된 차를 만든다는 신뢰를 얻기 시작했고,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현대차 글로벌 공략의 선봉 모델이 됐다. 역대 쏘나타 모델 중 유일하게 차 번호판이 트렁크가 아닌 범퍼에 부착됐단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세계 기술력 수준의 반열에 오른 5세대 ‘NF쏘나타’
2004년 9월 출시된 NF쏘나타는 현대차가 ‘세계 초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대표차 개발’을 목표로 완성한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다. 프로젝트명 ‘NF’가 의미하는 ‘불멸의 명성(NF, Never ending Fame)’은 쏘나타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자동차로 영원히 그 명성을 이어가길 바라는 현대차의 염원이 담겼다. 현대차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2.0ㆍ2.4 세타 엔진을 NF쏘나타에 탑재했다. 현대차의 엔진 개발역량이 총 집약된 세타 엔진은 초기 현대차에 엔진을 공급했던 미쓰비시를 비롯 미국의 크라이슬러에 역수출될 만큼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약 2,900억원의 개발비용이 소요된 NF쏘나타는 △고성능, 고연비를 동시에 달성한 세타 엔진 △품격과 개성을 강조한 디자인 △차체자세제어장치를 비롯한 첨단 안전사양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장(길이), 전폭(너비), 전고(높이) 각 각각 4,800㎜, 1,830㎜, 1,475㎜로 기존 4세대 모델 대비 55㎜, 10㎜, 55㎜가 늘어나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 크기를 확보했다.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과 함께 2005년 5월부터는 미국에서 생산되며 북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하이브리드 모델로 등장한 6세대 ‘YF쏘나타(YF)
2009년 9월 출시된 6세대 YF쏘나타는 이전 모델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역동적이고 유려한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 쏘나타의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 모델이다. YF쏘나타는 패밀리카 세단으로 인기를 끌며 30대 후반, 40대 초ㆍ중반의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했다. YF쏘나타는 중국에서는 현대차 중형 모델로는 최초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북미 지역의 각종 자동차 전문지 및 조사기관의 패밀리 세단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베스트 중형차로서 쏘나타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YF 쏘나타는 2011년 5월 국내 최초의 중형 하이브리드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특이하게 프로젝특명 ‘YF’에는 기존 모델과는 다르게 별다른 의미가 담기지 않았다. ‘Y’는 현대차 연구소에서 신차개발 순으로 붙이는 알파벳 중 하나이고 ‘F’는 중형차에 붙이는 코드다. 현대차 관계자는 “NF쏘나타에서 NF도 신차개발 순과 중형차 코드가 붙여진 건데 ‘불멸의 명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며 “YF쏘나타에는 당시 마케팅팀에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기술 총 집약된 7세대 ‘LF쏘나타’
2014년 3월 7세대로 출시된 LF쏘나타는 디자인, 주행성능, 안전성에 이르는 전 부문에서 현대차의 최신 기술력이 모두 집약된 월드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가 LF 쏘나타를 개발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디자인, 주행성능, 안전성 등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차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2014년 12월에는 LF쏘나타의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해 국내 대표 친환경 세단의 전통을 이어갔다. 특히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한 ‘누우 2.0 직분사(GD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이전 모델 대비 용량과 성능이 강화된 배터리와 모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LF 쏘나타는 고객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실현한 모델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수출용과 내수용이 차이가 있다는 고객들의 오해를 해소시키기 위해 2015년 8월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의 도심 서킷에서 처음으로 고객들에게 ‘카 투 카(Car to Car) 충돌 테스트’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이름 빼고 다 바꾼 차” 8세대 신형 쏘나타
현대차는 지난달 8새대 신형 쏘나타를 공개했다. 신형 쏘나타는 스포티지함이 대폭 강화됐다. 기존 모델보다 전고가 30㎜ 낮아지고 휠베이스가 35㎜, 전장이 45㎜ 늘어났다. 불이 꺼졌을 때 크롬 재질로 보이지만 불이 들어오면 램프로 변환되는 히든라이팅 램프가 적용돼 젊은 층의 선호가 강하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향후 택시 모델로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택시로 활용될 경우 신형 쏘나타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형 쏘나타의 최대 장점은 2,000만원대 가격에도 프리미엄 차량에 주로 포함된 전방충돌방지 보조시스템, 차로유지 보조시스템, 운전자 주의경고 시스템 등이 모든 트림에 기본 옵션으로 장착된 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내 9곳 에어백 시스템도 기본 적용해 안전성도 강화했다”며 “동급 차종에서 2,000만원대 가격으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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