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1명만 반대해도 무산” 9일 끝장토론
“정의당과 정체성 맞지 않아” 바른미래당 염두도
정의당 “논의 정식 요청”…평화당 상황 예의주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복원 논의가 예상과 달리 진통을 겪고 있다. 평화당이 내부 반발로 제대로 된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영국 의원(경남 창원성산) 당선으로 교섭단체 복원 절차를 밟을 줄 알았던 정의당은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평화당은 5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정의당과 원내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재구성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는 8일부터 4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9일 의원총회를 열어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성급히 결론을 낼 일이 아니고 당의 진로와 관련한 중대사항”이라며 “교섭단체 재구성은 당 구성원 중 1명이라도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일 의총에서 소속 의원 14명이 ‘전원 찬성’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재구성은 불발될 수 있다.
원내교섭단체가(소속 의원 20인 이상) 되면 각 상임위원회의 법안 처리와 예산 심사에서 협상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 법안ㆍ예산 심사의 주요 내용은 교섭단체 정당간 협상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평화와 정의는 고(故) 노회찬 전 의원 사망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서 국회 주요 협상 과정에서 배제됐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당교부금 액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평화당 일부 의원은 이 같은 이점에도 교섭단체 재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평화당의 색채를 강화해 ‘호남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전 교섭단체 활동 당시 정의당만 돋보인 탓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 내분으로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의당과 손을 잡기보다 ‘제3지대 구축’의 기회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교섭단체 재구성에 부정적인 의원들은 의총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제3지대’ 조성 필요성을 역설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핵심은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이라며 “양극단 정치를 배제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정치를 원하는 새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성엽 최고위원도 "다음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에 권력이 넘어가는 역사의 후퇴가 우려된다"며 “제3세력들이 제대로 정비하고 뭉쳐 역사의 후퇴를 막는 기틀을 만들 필요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평화당의 정체성을 고려해도 바른미래당과 손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 등 일부 정책에서 정의당과 의견이 맞지 않다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정체성 문제에 대해 (정의당과) 섞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저도 그 쪽”이라고 말했다. 민영삼 최고위원은 “꼭 정의당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 바른미래당에서 오실 분도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평화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자세를 낮췄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복원해 국회를 바꾸고 정치를 바꿀 수 있도록 평화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논의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 드린다”고 제안했다. 평화당 내부에서 ‘아직 정의당의 제안도 없다’는 일부 지적에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날 “(평화당이 교섭단체 재구성에 반대하면) 뼈도 못 추릴 것”이라고 발언한 김종대 의원은 이날 평화당 의총 전 평화당 지도부를 찾아가 사과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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