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에 각양각색 청와대 게시판 청원
강원 고성군, 속초시 등 동해안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갖가지 아이디어와 대책을 제시하는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고성ㆍ속초 산불과 관련해 다수의 청원이 연달아 올라왔다. 현재까지 올라와 있는 청원 4건은 이날 올라온 청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의 동의를 받고 있다.
‘재난 발생 시, 각 방송사의 속보 방송 편성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긴급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를 비롯한 지상파 3사는 산불이 발생한 지 4시간이 지나도록 재난 속보를 방송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청원을 올린 이용자는 “방송 중인 드라마가 끝나고 그 다음 방송 예정이었던 예능프로그램이 시작돼도 속보를 하지 않고, 발생 5시간이 다 돼갈 즈음에 속보 방송을 시작했다”며 “이미 많은 국민이 지방에서 발생한 재난을 속보로 전하지 않는 방송사에 크게 분노하며 불안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가적 재난 발생 시 각 방송사에서는 진행 중인 방송을 모두 중단하고, 해당 재난에 대한 속보 방송을 편성하길 요청한다”고 청원했다.
소방비행기 도입 청원도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대한민국은 5만여 소방공무원들의 헌신적이고 영웅적인 노력에 의해 화마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한민국의 소방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대형화재 시 가용할 수 있는 헬리콥터는 약 40여 대에 불과할 뿐더러 정비 및 훈련 등 기타 업무에 필요한 장비를 제외하면 전국 단위에서 가용 장비는 더 줄어든다”며 “정부는 고성능 고효율의 C-130 계열 항공기를 도입해 삼림 자원 및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해당 청원자가 주장한 내용 중 일부는 진위 확인이 되지 않았다.
한 휠체어 이용자는 장애인 대피 요령을 제대로 검토하고 활성화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을 올렸다. 2017, 2018년 국내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지난해에도 유사한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는 이 청원인은 “지금 현 시각 큰 화재로 인해 대피 시도조차 못 하고 있는 장애인ㆍ노약자들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며 “(이런 청원은) 청각, 시각, 지체 장애인 또는 몸이 불편해 빠르게 대피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반 초ㆍ중ㆍ고교에서 대피 훈련을 하고 있을 때 저희들은 언제나 교실에서 기다리라거나 거동이 불편하니까 엘리베이터 타고 천천히 내려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적합한 대피 요령을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불안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또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장애인 재해 대피 요령’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현 청원으로 당장의 진압은 이끌 수는 없겠지만 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성ㆍ속초 지역 산불 진화에 국가적 대응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4일 오후 7시 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부근에서 발생한 화재가 속초 시내로 확산됐다. 같은 날 자정 무렵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의 한 야산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타고 동해시까지 번졌다. 이번 산불로 고성, 속초, 강릉 등 강원 지역 산림 500㏊ 이상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5일 오전 9시쯤 화재가 발생한 강원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일원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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