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찰스 로드(34)는 창원 LG와 4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수단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잔뜩 냈다.
KBL(한국농구연맹) 우승 트로피 사진이 들어간 종이에 ‘재능은 게임에서 이기게 하지만 팀워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기게 한다’, ‘너의 가족, 너의 팀, 너의 팬들을 위해 싸워라’ 등의 문구를 넣어 선수 개인 라커마다 부착했다. 또 구단이 팬들에게 나눠준 응원 티셔츠에 들어간 ‘지금이 우승할 때’(The Time is Now) 역시 로드가 만든 슬로건이다.
2010년부터 KBL에서 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로드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팀도 우승이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자랜드는 1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챔프전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선수 개인도, 팀도 우승을 향한 염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묻어나는 이유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이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그만 들을 때도 됐다”며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드와 전자랜드의 바람은 일단 통했다. 전자랜드는 4일 1차전에서 LG를 86-72로 꺾었다. 5전3선승제의 4강 승부에서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77.3%에 달한다. 로드는 28분17초를 뛰며 12점 8리바운드 5블록슛을 기록했다. 워낙 승부욕이 넘친 탓에 경기 중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 감독이 “나를 봐”(Look at me)라고 외치자 로드는 유 감독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KBL 구단과 계약을 하지 못했던 로드는 팀의 선택을 기다리면서 우승 기회가 올 때 라커룸에 트로피 사진을 붙여 동료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전자랜드에서 상상만 했던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로드는 “라커룸에 들어왔을 때 내가 붙여 놓은 트로피를 보면서 선수들 모두 전자랜드의 새 역사를 쓸 기회라고 생각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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