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주공격, 즉 지구 궤도에 구축된 미국의 인공위성 체계를 공격해 파괴할 수 있는 ‘4대 위협국’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직접 타격해 파괴하는 능력은 제한적이지만, 전자기펄스(EMP)와 해킹 공격 등으로 위성 기능을 마비시키는 능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미국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4일(현지시간) 북한을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미국의 인공위성 운용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꼽았다. CSIS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인공위성 체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직접 파괴’(kinetic)와 ‘간접 파괴’(non-kinetic) 부문으로 나눠 분석했다. ‘직접 파괴’는 탄도미사일을 지구 궤도까지 쏘아 올리는 등 물리적으로 직접 타격해 파괴하는 걸 의미하고, ‘간접 파괴’는 물리적 타격은 없지만 강한 전자기파나 해킹으로 위성의 소프트웨어를 마비시키는 걸 뜻한다.
CSIS는 ‘직접 파괴’와 ‘간접 파괴’ 능력을 모두 갖춘 러시어ㆍ중국과 달리 북한의 위협은 ‘간접 파괴’에 국한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직접 파괴’ 능력에 필수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이 아직까지 미국 인공위성에 위협이 될 정도 정교한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CSIS는 “지구 궤도를 도는 미국 인공 위성을 타격하기 위해선 광학기술과 적외선 기술, 레이더 기술 등과 함께 탄두를 조종할 수 있는 유도능력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이 이런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낮은 단계의 ‘직접 파괴’ 능력까지 배제하지는 않았다. 유도장치를 갖추지 않은 조악한 형태의 미사일을 표적이 된 인공위성 근처에서 폭발시키는 건 가능하며, 이로 인해 생겨난 잔해들을 통해 인공위성 운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제한적인 직접타격 능력과 달린 북한은 EMP 무기와 GPS 신호교란 능력, 해킹 공격 능력 등 ‘간접 파괴’ 능력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CSIS는 북한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등 한국의 민간 시설에서뿐만 아니라 한미 군사훈련 등에도 GPS 교란 공격을 가한 사례가 있다며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이 미국 인공위성을 향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해킹 공격 능력도 인정했다. 이 보고서는 근거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재임 중 “북한 사이버 부대는 세계 최고 중 하나”라는 발언을 인용, 제시했다. 또 한국 국방부의 ‘2013년 3,000명 수준이던 사이버 부대 병력규모가 2015년 6,000가량으로 증가했다’는 자료도 소개했다.
보고서는 또 △2014년 미국 소니영화사 해킹 △한국 원전 도면 해킹 유출 사건 △방글라데시 은행 해킹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예로 들며, 북한이 미국이 구축한 우주시스템을 해킹해 정보를 빼앗거나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 위성에 물리적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발표됐는데, 북한은 러시아 중국 이란과 함께 2년 연속 주요 위협국으로 분류됐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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