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산불 얘기 안했다” 민주당에 역공
민경욱은 “왜 이렇게 불이 많이 나”…유체이탈 화법, 사과 없이 글 삭제
강원 산불 사태에도 자유한국당이 재난 콘트롤타워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애초 산불 얘기는 안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여기다 같은 당 민경욱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불구경하는 듯한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나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애초 여당에서 정 실장이 산불 심각성으로 이석해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며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따른 요구였다”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후 7시 45분에 정회를 할 때까지도 우리는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을 알지 못했다”며 “그러니 정 실장에게 한 번씩 질의하고 가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오후 9시 30분이 되어서야 (국회 운영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불이 났으니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저희는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의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4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는 한국당이 정 실장의 이석을 거듭 반대하자 홍영표 위원장이 언성을 높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홍 위원장은 “오후부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안보실장을 좀 일찍 나가게 하고 싶었는데 (여야가) 합의를 안 해줬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하다”며 “(정 실장은) 위기대응의 총책임자인데 국회가 잡아놓는 게 옳으냐”고 말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아닌 운영위원장으로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라며 “공정하게 진행해 달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또 “여당 의원들 말고 먼저 야당의원들이 질의하게 했으면 (정 실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한국당 의원들에게 “모니터를 켜서 산불 속보를 한번 보시라”고 한 뒤, 정 실장에게 이석하라고 말했다. 결국 정 실장은 오후 10시 50분에야 국회를 뜰 수 있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야당 너무 한다.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이석현 의원), “산불의 재난사태에도 안보실장을 잡고 안 보내준 것은 국회가 아닌 자한당”(박광온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속초ㆍ고성ㆍ양양 지역구 이양수 한국당 의원도 운영위에 참석하는 바람에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오후 9시 20분경에 속개 된 정의용 안보실장 이석과 관련한 회의에는, 저는 이미 지역구로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입길에 올랐다. 민 대변인은 4일 오후 페이스북에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네 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고 올렸다. 이후 고성ㆍ속초 산불이 크게 번져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자 국회의원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불구경 하듯 글을 썼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자 민 대변인은 문제의 글을 삭제하고 이날 오전 사태를 걱정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전날 글에 사과는 없었다. 그는 “한국당은 신속하게 재난특위를 가동해 산불진화와 주민대피,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하고,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은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도한다”고 적었다.
또다른 글에서는 “오늘 아침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피해복구 지원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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