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톨게이트를 지나니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길을 카메라에 담으려 차량 밖으로 나왔을 때, 걷기는커녕 한 자리에 서 있기도 힘든 바람에 놀랐다. 라디오에서 계속 들려오던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으로 인해 산불 진압이 어려워...”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고성·속초에 불던 바람은 성인 남성을 쓰러트리고, 차량과 신호등을 갈대처럼 흔들었다.
고성군과 속초시의 경계를 넘어가며 이 사태에 대해 ‘불지옥’이라는 말 외의 설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성과 속초를 잇는 도로의 일부 구간은 자욱한 연기로 뒤덮여 시야 거리가 1m가 채 안 됐고 거센 바람에 돌과 불씨가 차량을 두들겼다. 한화리조트 설악 부지에 도착하니 시설 일부는 이미 불타고 있었다. 주위를 가득 채운 유독가스가 호흡을 어렵게 하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 중 바람에 안경과 취재 장비가 날리지 않도록 붙들고 있었다.
시설 곳곳에 있는 배수구에서는 화염이 솟구쳤다. 지상만이 아닌, 지하까지 화마에 먹혀버린 것이다. 강원도 고성·속초, 인제, 강릉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에 수천 명이 대피했고 불길은 새벽까지 잡힐 기세가 없다.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근방까지 불길이 번져 일부 대피소는 이미 과포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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