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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선 비준-후 입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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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선 비준-후 입법 어려워”

입력
2019.04.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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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ㆍ학계 “노사정 합의 무산 대비한 플랜B 준비해야” 지적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노동3대학회 공동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성택 기자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노동3대학회 공동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성택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진척이 없자 정부가 선(先) 비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선 비준은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한국노동법학회, 한국노동경제학회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의 노동 현실과 미래’ 정책토론회에서는 참석자들은 노사정 합의가 안 됐을 때 대응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정부는 실업자와 해고자, 교사 등의 노조 할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ILO 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지만, 국제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하지 않도록 국내법을 먼저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수야당이 협조할 가능성이 낮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를 내려 시도 중이다. 노사정 합의물은 국회가 간단히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는 “ILO 협약 비준에 동의하려면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허용, 단체협약 기간 연장 등 기업의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며 버티고 있어 합의 전망이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가 정한 논의 시한인 4월초(9일이나 10일)가 임박하자 합의 무산 이후를 대비한 ‘플랜 B’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국회가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에 소극적이고 4월 9일부터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절차의 최종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면서 “정부는 늦어도 4월 8일까지 ILO 협약 비준을 위한 행정 조치를 취해 ‘선 비준, 후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준 후에도 1년간 시행 이전에 준비 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먼저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이후 위 사항만이라도 조속히 법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도 충분하다”고 거들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 입법, 후 비준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노사정 합의가 안 되고, 국내법 개정이 결렬된 최악의 상황에서 공은 다시 정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책을 미리 고민해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사정 합의만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 비준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정부는 그 동안 선 제도개선(입법), 후 비준이 맞는다는 입장이었고 앞으로도 그런 입장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선 비준 주장을 일축했다. 박 실장은 “법제처와 비공식 협의도 했는데, 헌법 60조에 따르면 입법 사항에 관한 국제 조약은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면서 “선 비준을 한다면 위헌론이 제기될 수 있는데다, 선 비준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노사정 합의가 없으면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 입법이든, 후 입법이든 국회를 피해갈 수 없는데 선 비준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실장은 “노사정 합의가 무산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답은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정 논의를 계속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U는 한국 정부가 2009년 FTA를 체결할 당시 약속한 ILO 협약 비준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갔다. 1단계 절차는 빈손으로 끝났고, 오는 9일부터 2단계 절차인 ‘전문가 패널’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한 상태다. 박화진 실장은 “EU가 직접적인 제재는 취할 수 없지만,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비 경제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구체적으로 EU가 어떻게 할지는 알 수 없지만 ILO 협약 비준이 통상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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