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싹쓸이한 곳인데” 확 달라진 민심에 자성 목소리
범여권과 야당의 ‘무승부’로 끝난 4·3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여당 내부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인 압승을 거둔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당한 지지층이 이탈한 현실이 확인된 만큼 이대로가면 내년 총선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다. 민심이반을 살피는데 정부여당이 안일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국정운영 혁신을 통해 총선을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동시에 분출되는 모양새다.
4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의 승패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고배를 마신 통영·고성 선거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19대 총선의 2배 가까운 지지를 얻은 것이 성과다”고 평가했다. 창원성산에 대해서는 “정의당과 공동의 승리”라고 짧게 평했다.
‘선전했다’는 지도부의 공식입장과 달리 당 내부에서는 확 달라진 민심에 상당한 우려가 표출됐다. 표면적으로는 범여권과 야권이 힘의 균형을 이뤘지만 선거결과를 뜯어보면 여권의 패배에 가깝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특히 통영·고성의 완패로 차기 총선 승리와 직결된 부산·경남(PK) 교두보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이 부각되며 총선에 대한 걱정이 꼬리를 물고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경남지사 당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이 PK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어려운 지역이지만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선거만 놓고 보면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할 수 없지만 PK를 기점으로 대구·경북(TK)으로 치고 올라간다는 기세는 타격을 입었다”고 자평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투표율이 50%를 넘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시장, 군수를 싹쓸이했던 지역인데 박빙도 아니고 큰 표차로 졌다는 것은 굉장히 뼈아픈 결과”라며 “집권여당의 메리트도 통하지 않았다는 건 민심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징표다. 그런데도 지도부를 포함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우위를 점쳤던 창원성산의 신승도 민주당으로선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박빙의 승리에 대해 단일화에 참여한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닌 ‘경고’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초 우세로 생각했던 창원성산에서 샐러리맨들이 고민하다가 막판에 투표장에 나와 겨우 진보진영 후보가 당선됐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우리 지지자들이 결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상 마지막 경고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선거 전 불거진 청와대발 악재에 대한 비판과 불만도 컸다. 문 정부 2기 내각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인사검증실패, 김의겸 전 창와대 대변인의 재개발지역 투기 논란 등으로 당이 선거에 직격탄을 맞았고 그 과정에서 당청의 안일한 태도가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최근 인사난맥상을 놓고 청와대에 얘기를 했지만 경고를 무시했고 이번 보궐선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민주 4기 정부’를 만드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해진다. 이제부터 공개적인 쓴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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