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 무너뜨리는 ‘실감형 미디어’ 킬러 콘텐츠로 부상
퇴근길 거리에서 영화 ‘해리포터’에서 보던 마법의 문이 열린다. 안방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태양의 서커스’를 즐긴다. 좋아하던 아이돌과 소풍 데이트도 하고 웹툰 세계가 눈 바로 앞에 현실처럼 펼쳐진다. 직사각형 모양의 평면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그 동안 맞볼 수 없었던 각종 미디어 서비스들이 5세대(G) 통신을 만나 탄생할 ‘오감만족, 새로운 세상’ 얘기다.
5G 상용화 초기, 가장 대표적인 ‘킬러 서비스’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시공간 초월 서비스들이다. 물론 LTE(4G)에서도 VR과 AR을 이용해왔다는 반론을 제기할 순 있다. 하지만 지연속도, 전송속도 등 한계에 어지럽고 화질이 떨어지면서 진정한 맛을 즐기기엔 ‘2%’ 부족했다. 올해부터 3차원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자유로운 시점에서 진짜 그 장소에, 그 사람과 있는 것처럼 실감나는 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는데, 그게 바로 ‘5G 세상’인 것이다.
특히 VR은 현실 세계 위에 가상 이미지를 덧입히는 AR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완전한 가상 공간으로 빠져드는 게 핵심. 현실에서 가까이 하기 힘든 대상을 가상 공간에서 구현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그 대상을 ‘아이돌’로 잡았다. SK텔레콤은 5월 방송을 시작하는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 시즌4 VR 콘텐츠를 독점 기획할 예정이고, LG유플러스는 손나은, 차은우, 성훈 등 유명 연예인과 데이트를 하는 서비스를 준비해놨다.
‘태양의 서커스’ 등 해외 유명 공연을 VIP석에서 관람하듯 휴대폰으로 즐길 수도 있다. 직접 만화 속 등장인물이 돼 1인칭 시점으로 네이버 인기 웹툰을 보는 서비스도 출시된다. 실감나게 즐기는 콘텐츠로 게임을 빼놓을 수 없는 노릇. KT는 ‘기가 라이브 TV’를 통해 1인칭 총싸움 게임 스페셜포스 등을 VR로 제공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넥슨과 ‘카트라이드VR’을 상반기 중 내놓기로 했다.
AR에선 SK텔레콤이 한 발 앞서는 모양새다. 모바일 AR 게임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언틱과 독점 제휴를 통해 ‘해리포터 AR’을 출시한다. 이를 통해 호그와트(마법학교)가 웅장하게 게 등장하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에서 겨루던 경기 장면에 나오던 ‘골든 스니치’가 현실에 펼쳐진다. SK텔레콤은 이에 더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 받는 AR 글라스 업체 매직리프 제품도 들여올 계획이다.
‘클라우드’ 역시 급격한 성장세가 기대되는 영역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이 2015년 797억달러(약 90조4,200억원)에서 2021년 5G 인프라를 등에 업고 2,768억원(약 314조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초고속ㆍ초저지연 5G를 활용하면 스마트폰, PC 등 내부에 콘텐츠를 저장할 필요 없이 클라우드에 바로 접속해 가상 환경에서 모든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체감 서비스로는 게임이 주목을 받는다. 게임을 하려면 대용량 파일을 굳이 기기에 다운받아야 하는데, 터치하거나 조종기를 눌렀을 때 그 신호를 서버가 받은 뒤 캐릭터가 그에 맞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화면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 LTE에선 그 때마다 지연이 발생한다. 반면 5G 세상에서는 클릭 한번으로 원격 게임 서버에 접속하는 ‘스트리밍 게임’이 가능하다. KT는 ‘라그나로크 클릭 H5’, ‘러브레볼루션’ 등 2종을 시작으로 게임 종류를 차차 늘릴 예정이고,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국내에 단독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부장은 “5G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경험이 180도 바뀌게 되고 e스포츠 중계를 AR과 VR로 즐길 수 있다“며 “고사양 PC나 고가의 콘솔(조종기) 없이도 대용량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을 내놓기 위해 SK텔레콤은 글로벌 게임 사업자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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