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유구무언”… 한국당도 여당 이탈 민심 온전히 흡수 못해
국민은 4ㆍ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경고장을 꺼내 들었다. 선거 결과는 1대 1을 기록했지만, 경남 통영ㆍ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 후보가 큰 표차로 이겼고, 진보벨트인 창원성산에서는 범여권 후보가 불안한 승리를 거뒀다. 다만 한국당이 보수 텃밭에서 두 곳 모두를 가져가지 못한 만큼 ‘균형 잡힌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ㆍ여론 전문가들은 4일 “문재인 마케팅은 실패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구무언이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 부족했다”는 말로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싹쓸이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효기간이 다했음이 드러났다. 오히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 경제지표 악화, 참모들의 잇따른 실언이 선거의 악재로 작용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의 후광 효과는 이번 선거에서 완전히 붕괴됐다”며 “임기 4년쯤에야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인데 만 2년인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엔 치명적”이라고 했다.
여권이 위기에 처했다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장관 후보자 인사 실패, 청와대 대변인 부동산 논란 등 진보가 더 깨끗했다고 했던 부분에 대해 보수랑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이 선거에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여당의 경제 실패에 대한 응징투표였다”며 “조선산업 등 지역경제가 망가지며 ‘힘있는 여당 후보’란 구호도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시작된 ‘보수 불신’의 늪에서 헤어나올 가능성을 엿보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한국당에 대한 불신이 내년까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적어도 보수층에서만큼은 해소되는 흐름을 보였다”며 “향후 진보ㆍ보수 간 경쟁 구도가 일정 수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여당에 악재가 이어진 상황에서도 한국당이 2대 0 승리를 거머쥐지 못한 걸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전문위원은 “영남은 원래 보수의 아성인데 통영ㆍ고성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38%를 얻었고, 창원성산에서는 한국당 후보가 패했다”며 “여당의 압도적인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한국당이 온전히 흡수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에 여야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재보궐선거 성적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임성학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이해찬 대표는 청와대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수평적 당청관계의 재정립을 주문했다. 배종찬 소장은 한국당을 향해 “내년 총선까지 당 지지율 30%를 유지해야 대안정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의당은 자기 색깔을 고수하면서 확장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임성학 교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열심히 했지만 존재감이 없었다”며 “기로에 서 있다”고 평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보수 야권에서 한국당의 구심력이 강화되며 바른미래당과 흡수통합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배종찬 소장은 “정의당은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 구성해 여권의 개혁입법에 힘을 실어주거나 선거제개혁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며 “향후 정계개편 정국에서도 ‘갑’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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