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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ㆍ여성 차별하던 오거스타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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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ㆍ여성 차별하던 오거스타가 달라졌다

입력
2019.04.04 17:38
수정
2019.04.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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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역사 최초 여성 골프대회 열려… 권서연 1R 1언더파 공동 8위

타이거 우즈가 2005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포효하고 있다. 오거스타=로이터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2005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포효하고 있다. 오거스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최고의 대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보수적인 전통으로 유명하다. 1933년 이 골프장을 만든 설립자이자 ‘골프의 성인’으로 불리는 바비 존스(1902~1971)는 “골퍼는 백인, 캐디는 흑인이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을 만큼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였다. 1990년까지 흑인은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유색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했다. 1997년 타이거 우즈(44ㆍ미국)의 마스터스 우승이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흑인뿐만이 아니었다. 여성도 철저한 차별의 대상이었다. 오거스타가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2012년이 돼서다. 그것도 여성운동단체가 10여 년간 끈질긴 투쟁을 벌인 덕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7년 전 일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이 골프클럽은 미국 남부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랬던 오거스타가 달라졌다. 4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오거스타가 여성 대회에 문호를 개방한 건 클럽의 86년 역사에서 최초다. 지난해 이 대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노골적인 여성차별 정책을 고수한 사실을 고려하면 천지개벽할 일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빌리 페인(72) 전 회장 때부터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마스터스를 앞두고 어린이들에게 코스를 개방해 골프를 체험하는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마스터스 관람객에게 어린이 자녀 무료 동반을 허용하기도 했다. 전반 9개홀은 TV중계를 하지 않는 관행도 없앴다.

하지만 대회 출전 자격에서는 보수적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랭킹 50위까지 허용하는 마스터스처럼 이번 여성아마추어 대회는 미국과 영국, 아시아태평양 등 주요 지역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우승자와 미국 아마추어랭킹 30위 이내 선수에게만 출전권을 부여했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아마추어 최강이라는 제니퍼 컵초(22ㆍ미국)와 태국의 골프 신동 아타야 티티쿨(16ㆍ태국), 필리핀에서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을 맞아 우승 경쟁을 벌였던 남긴 유카 사소(18ㆍ필리핀) 등이 출전했다.

1라운드가 진행된 현재까지 컵초가 조 캄포스(16ㆍ미국)와 함께 4언더파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의 권서연(18)은 1언더파 공동 8위,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전지원(21)은 4오버파 공동 40위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번 대회 1, 2라운드는 조지아주 에반스의 챔피언스 리트리트 CC에서 열리고 마지막 3라운드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진행된다. 72명의 출전 선수 중 컷을 통과한 30명만이 오거스타에서 실전 라운드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비판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프로대회 개최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 절충안으로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한다는 지적이다. 페인 전 회장은 마스터스 대회를 치르는데 전력을 모두 쏟아야 하기에 연간 프로 대회 2개 개최는 힘들다며 "마스터스를 준비하느라 회원들도 1년에 5개월은 라운드를 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권서연이 4일 미국 조지아주 에반스에서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1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에반스=AP 연합뉴스
권서연이 4일 미국 조지아주 에반스에서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1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에반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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