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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보선] 창원성산 유권자들 “축구장 유세ㆍ막말이 한국당 결정적 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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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보선] 창원성산 유권자들 “축구장 유세ㆍ막말이 한국당 결정적 패인”

입력
2019.04.04 17:56
수정
2019.04.04 22:07
4면
0 0

[504표 차 승부 가른 변수는]

개표 내내 앞서던 강기윤 후보, 자신의 동네 사파동서 역전 허용

지방선거 도의회 1당된 민주당에 “후보도 못내” 반감 드러내기도

여영국(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4일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의 고 노회찬 의원 묘소를 찾아 노 전의원의 아내 김지선씨와 포옹하고 있다. 여 의원은 전날 치러진 4.3 보궐선거에서 노 전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해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개표 막판 근소한 차로 역전하며 당선됐다. 남양주=연합뉴스
여영국(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4일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의 고 노회찬 의원 묘소를 찾아 노 전의원의 아내 김지선씨와 포옹하고 있다. 여 의원은 전날 치러진 4.3 보궐선거에서 노 전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해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개표 막판 근소한 차로 역전하며 당선됐다. 남양주=연합뉴스

“결과적으로는 ‘진보정치 1번지’ 창원성산의 자존심을 지켜 진보진영의 승리다.”(진보진영)

“집권여당과 야당의 야합에 맞서 아깝게 패했지만 민심은 자유한국당 후보가 (선거에서) 진게 아님을 보여준다.”(보수진영)

초박빙의 승부로 이목을 집중시키며 500여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경남 창원성산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여영국 후보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개표가 90%를 넘기는 순간까지 강 후보는 반송ㆍ중앙동 등에서 여 후보를 1,000∼2,000표 차로 따돌리며 줄곧 앞서갔지만 마지막 사전투표와 사파동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막판 역전을 허용했다. 사파동은 강 후보 동네이기에 아픔이 더하다. 강 후보는 자신의 동네에서 여 후보에게 1,709표 차이로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

형식적으로 이번 선거는 사파동 뒤집기가 사실상 승패를 갈랐지만 유세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잇단 패착을 결정적인 패인으로 분석하는 주민들이 적잖았다. 특히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경남FC 축구장 방문’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축구장 방문 헤프닝으로 경남FC가 제재금 2,000만원을 받게 됐는데 이 부분이 지역 민심을 돌아서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회사원 원모(33)씨는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도민구단인 경남FC경기장에 막무가내로 들어가 유세를 벌이고, 서울시장을 지낸 분이 고(故)노회찬 의원에 대해 막말을 쏟아내는 당 소속 후보에게 지역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한국당을 성토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사파동 주민들이 고 노회찬 전 의원에게 몰표를 준 전력이 있는 만큼, 처음부터 선거에 별 영향을 주진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20대 총선에서 노 전 의원이 사파동에서 얻은 표는 1만3,622표로, 강기윤 후보(9,967표)를 압도했다. 처음부터 이 점을 감안해서 표 분석을 했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드라마 같은 막판 뒤집기에 자유한국당에 투표했던 주민들은 아쉬움과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성산구 중앙동의 자영업자 박모(52)씨는“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와 창원시장을 당선시키고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 마저 1당이 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여당이길 포기하는 처사”라며 민주ㆍ정의 양 당간 후보단일화에 반감을 나타냈다.

승ㆍ패인에 대해서도 정의당 지지자인 최모(47)씨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이번 승리를 견인하긴 했지만 대한민국 대표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정의당이 정작 이번 선거에서 이루지 못한 진보진영의 민중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에 표를 던졌다는 황모(57)씨는 “황교안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비롯한 거물급들이 창원에 상주 하다시피 했으나 패배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전파하지 못한 것”이라며 “선거 막판 경남FC축구장 유세논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노회찬 의원에 대한 막말 등도 선거결과 등도 악재로 작용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권영길-노회찬-여영국으로 이어지는 진보성지를 지켜냈다”며 자평하는 진보진영과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어달라는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자유한국당 등 이번 보선의 승자와 패자의 아전인수격 해석 또한 지역민심과 궤를 같이했다.

다만 ‘진보진영 승리, 한국당의 선전’으로 압축된 이번 보선의 지향점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기대하는 주민의 갈망이 투영됐음을 보여준다는 데는 의견이 없는 듯 하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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