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32R 크리스탈 팰리스전 후반 10분 왼발 슈팅 선제골
핫스퍼 스타디움 역사 써… 팀, 아스널·첼시 제치고 3위에
손흥민(27)이 또 다시 역사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토트넘의 새 홈구장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의 1호 골을 터트리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손흥민은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선제 결승골이자 경기장 1호 골을 터트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주포 해리 케인(26)의 뒤를 받치는 2선 공격수로 델레 알리(23), 크리스티안 에릭센(27) 등과 공격을 담당했다.
후반 10분 역사적인 첫 골이 터졌다. 에릭센이 왼쪽 측면에서 건내준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아크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왼발 슈팅을 날렸고 공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골키퍼가 손쓸 틈 없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추가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40분 손흥민이 패스한 공을 잡은 케인이 페널티 지역 왼쪽까지 돌파한 뒤 몸싸움으로 넘어졌고, 혼전 상황에서 공을 에릭센이 왼발로 밀어 넣었다. 토트넘 홈팬들은 후반 추가시간 교체되는 손흥민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손흥민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날 경기는 토트넘의 ‘새집’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의 개장경기였다. 토트넘은 100년 넘게 사용한 화이트 하트 레인 구장의 노후화로 2014년 새 홈경기장 건립의 첫 삽을 떴다. 긴 공사기간 동안 웸블리스타디움에서의 더부살이도 견뎌냈다. 긴 인내의 시간 끝에 맞이한 역사적인 경기에서 손흥민의 첫 골이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토트넘 구단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손흥민을 “역사를 만드는 선수(Historymaker)”라고 표현했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찬양 일색이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이 새 구장의 EPL 첫 골을 기록하며 역사에 남게 됐다”고 평가했고 런던 이브닝스탠다드는 “손흥민이 역사책을 직접 썼다”며 치켜세웠다. 손흥민도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믿기지가 않을 만큼 역사적인 골을 넣어 너무 좋다. 정말 훌륭한 경기장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이 집필한 역사는 숱하다. 2010년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18세의 나이로 팀의 최연소 골 기록을 경신한 것이 시작이었다. 1971년 만프레드 칼츠(67)가 기록했던 역대 구단 최연소 득점 기록을 39년 만에 갈아치웠다. EPL 진출 이후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16년 9월 ‘이달의 선수상’, 지난해 11월 ‘이달의 골’까지 수상했다.
레버쿠젠 이적 당시에는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1,000만 유로, 약 128억원)를 경신했고, 토트넘 이적 때는 이적료 3,000만유로(약 383억원)로 아시아 축구선수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첫 골만큼이나 이날 경기는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에게 중요했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승리가 없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손흥민도 케인이 복귀한 이후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쳐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전 승리로 승점 64점을 기록, 아스널과 첼시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손흥민도 이번 시즌 17호골이자 EPL 12골을 달성하며 득점 순위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10일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다시 한 번 골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