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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공석’ 미 워싱턴 대주교에 흑인 대주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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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공석’ 미 워싱턴 대주교에 흑인 대주교 임명

입력
2019.04.04 17:45
수정
2019.04.04 23:25
27면
0 0
2017년 6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윌턴 그레고리 대주교가 미 중북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사 중에 성직자들의 성적 학대에 대해 회개하고, 성추행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6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윌턴 그레고리 대주교가 미 중북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사 중에 성직자들의 성적 학대에 대해 회개하고, 성추행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동 성학대 사건 은폐 의혹에 연루돼 사퇴한 도널드 우얼(78) 미국 워싱턴DC 대주교 후임으로 아프리카계 윌턴 그레고리(71) 애틀랜타 대주교를 임명했다고 교황청이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워싱턴 대주교직은 지난해 10월 우얼 전 대주교가 펜실베이니아 주교로 있던 1988∼2006년 벌어진 성추문 사건으로 물러난 뒤 6개월간 공석이었다. 워싱턴 대교구는 미국 139개 교구 가운데 신자 65만5,000여명으로 규모는 크진 않지만,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대교구로 평가 받는다.

미 수도를 관장하는 워싱턴 대교구장을 흑인이 맡는 것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워싱턴 대주교가 교황 선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점에 비춰볼 때 최초의 미국 흑인 추기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빈민가에서 성장기를 보낸 그레고리 대주교는 120만명의 신자를 보유한 미국 남부 애틀랜타 대교구를 14년간 이끈, 미국의 대표적인 개혁 성향 가톨릭 성직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미국 가톨릭계가 아동 성 추문으로 신뢰 위기에 봉착했을 때 성직자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얼 대주교가 사퇴했을 때 “가톨릭 교회에 '수치의 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보수성향의 가톨릭계가 받아들이기 꺼리는 성소수자(LGBT)들에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교회가 LGBT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예수회 교인을 연사로 초청하는가 하면 LGBT를 옹호하는 성 학대 피해자와 상담한 성직자를 퇴출하라는 주장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WP는 그러나 2014년 애틀랜타 대교구가 자선기금 220만 달러(약 25억원)로 그가 거주할 저택을 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론에 직면하는 등의 오점을 남긴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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