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폭행 45%가 음주환자
앞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등에 비상벨ㆍ비상문 설치, 보안인력 배치가 의무화된다. 비상벨을 누르면 빠른 시간 내 경찰이 출동하는 긴급출동시스템도 만들어진다. 의료기관 안에서 발생하는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중 환자에게 피습당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기관 전반의 안전체계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의료기관 안에서 발생하는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의료기관 내에서 협박ㆍ폭행 시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의료법의 처벌조항을, 상해일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특히 중상해와 사망을 초래한 사람에게는 각각 최소 3년 이상, 최소 5년 이상 징역을 부과하는 형량하한제도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폭행 피의자가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였어도 감형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 또한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의료법 등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내용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등에서 요구했던 반(反)의사불벌 조항(합의 시 처벌을 않는 조항) 폐지는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진료실 등 병원 내에서 일어난 폭행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합의로 상당수 해결될 수 있다는 환자단체의 지적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지원도 강화된다. 주요 거점병원에 전문의와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사례관리팀을 만들어 퇴원 이후에도 정기적 내원, 가정방문을 통해 도움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또 조기에 퇴원한 환자에게 낮 시간 동안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낮 병원을 2022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한편 복지부 조사결과, 병원 규모가 클수록 폭행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폭행사건을 경험한 비율은 병원(11.8%)이 의원(1.8%)에 비해 6배 이상 높았다. 병상 규모별로는 300병상 이상(39%)과 100~300병상(12.5%)이 과반이었다. 또 정신과가 설치된 병원(37%)이 그렇지 않은 병원(6.4%)보다 폭행 사건 경험 비율이 6배 가량 높았다. 폭행이 일어난 원인은 병원의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음주상태(45.8%) 진료결과 불만(20.3%) 순서로 많았다. 의원은 진료 결과 불만(35.6%)과 환자 또는 보호자 음주상태(22%)가 주요 원인이었다.
병원의 안전대책을 조사한 결과, 보안인력이 배치된 병원은 전체의 32.8%에 그쳤고 외래진료실과 입원실에 비상벨이 설치된 병원은 39.7%에 그쳤다. 올해 2월 병원협회 자료에 따르면 병원 63곳 중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25곳에 불과했고, 경찰서와 연결된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2곳뿐이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경비원 등 보안인력을 증원하고 경찰청에서 직접 교육도 실시하길 했다. 폭행 상황이 일어났을 때 비상벨을 누르면 가장 근거리에 있는 순찰차가 현장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내 구축하기로 했다.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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