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4일(현지시간)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을 특별배임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달 6일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곤 전 회장의 체포는 이번이 4번째로,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체포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곤 전 회장은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2015년~2018년 중동에 있는 오만의 판매 대리점에 지원된 닛산 자금의 일부를 사적으로 유용, 회사에 총 5억6,000만엔(56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곤 전 회장은 2012~2018년쯤 자회사인 중동닛산회사를 통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예비비에서 총 3,500만달러(약 397억원)를 오만에 있는 판매 대리점에 지출했다. 대리점 오너는 곤 전 회장의 오랜 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의 일부는 대리점에 근무하는 인도인 간부의 개인계좌를 통해 레바논의 페이퍼컴퍼니인 GFI에 송금됐다. 이 과정에서 곤 전 회장의 요트 구입비용으로 충당되거나 곤 전 회장의 아들이 CEO로 근무하는 미국 투자관련 회사에 송금됐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오전 6시 이전 곤 전 회장의 거주지를 방문, 임의동행을 요구했다. 곤 전 회장을 태운 검찰 차량은 7시쯤 도쿄지검에 도착했으며, 30분 뒤 곤 전 회장의 체포가 발표했다.
곤 전 회장은 체포 직후 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재체포는 자의적이며 나를 침묵시키려는 닛산 측 인물의 새로운 시도”라며 “나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은 취재진에 “검찰이 증거를 갖고 있다면 추가 기소를 하면 되는데, 무슨 이유로 검찰이 신병을 확보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인질사법을 통해 검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드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매우 부적절한 방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오는 11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그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검찰의 체포가 이뤄진 것이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은 “법원이 구속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11일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곤 전 회장 측은 예비비에서 오만의 판매 대리점에 지출된 자금과 관련해서도 “닛산 부하의 요청으로 오랜 기간 지급해 온 정당한 장려금으로, 사적 유용이나 닛산과 관계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르노자동차도 오만의 판매 대리점에 불투명한 지급이 있었다며 이를 프랑스 검찰당국에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내부조사에서 밝혀진 것으로, 곤 전 회장이 관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르노는 오는 6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곤 전 회장이 이사직에서도 사임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르노·닛산·미쓰비시(三菱)자동차 3사 연합체를 이끌던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유가 증권보고서에 5년간의 소득 50억엔(약 500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19일 도쿄지검에 체포된 뒤 모든 직위에서 쫓겨났다. 이후 특별배임 등의 혐의가 추가되면서 도쿄구치소에서 구금됐다가 지난달 6일 10억엔(약 10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체포 108일 만에 풀려났다. 당시 법원은 일본 국내로 주거 제한, 해외 방문 금지, 인터넷 사용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아 보석을 인정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em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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