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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구류의 개척자 한국빠이롯드 기계들 박물관에 전시된다

입력
2019.04.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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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 기계 등 수백 점

성남시립박물관에 전시 보관

사인펜 앞부분을 만드는 성형1호기. 한 번에 100개를 만든다. 성남시 제공
사인펜 앞부분을 만드는 성형1호기. 한 번에 100개를 만든다. 성남시 제공
수성볼펜심 제작기계. 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섬유공장을 연상시킨다. 성남시 제공
수성볼펜심 제작기계. 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섬유공장을 연상시킨다. 성남시 제공

최초로 만년필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 문구산업의 개척자 한국빠이롯드만년필㈜ 공장의 기계가 영구 전시된다.

4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성남제1공단 부지에 남아있는 한국빠이롯드만년필㈜ 생산공장 내 기계류 180대 중 한국문구사를 증언하거나 심미적 요건을 충족한 기계 11점을 선정해 성남시립박물관에 전시 또는 보관하기로 했다.

전시 기계 중 성형1호기(916x124x184㎝)는 탱크의 무한궤도를 연상시키는 육중한 외모지만 사인펜 앞부분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기계기술자 최모, 이모씨가 1970~80년대 관련기술이 없는 상태서 일본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었다.

수성볼펜심(NIB) 제작기계도 전시된다. 여러 가닥의 실이 4대가 1세트인 기계로 들어가 NIB를 만드는데 마치 섬유공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 기계 역시 기술자들이 눈대중으로 자체 제작했다.

앞서 성남시와 한국빠이롯드는 성남제1공단 역사기록 보존 업무협약을 맺고 무형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해 2017년 12월~2018년 10월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원은 3D스캔과 VR촬영을 통해 공장 원형을 기록했고 설계도 등 문서 2,623건, 기계 180건, 부품 100건, 제품 204건 등 모두 3,800여건의 유물을 검증해 역사적 기치가 높은 수 백점을 선별했다.

관련 유물은 공원화사업이 진행 중인 제1공단 내 이르면 2024년 문을 열 성남시립박물관에 전시 또는 보관된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공간에 대한 기록의 필요성은 잘 알지만 신속히 대응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한국빠이롯드의 적극적 협조는 성남시 역사 보존에 공헌한 바가 매우 크고 감사한 일”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한국빠이롯드만년필㈜ 고석주 회장도 “공장 건물은 사라지지만 한국빠이롯드가 역사에 기록된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한국빠이롯드만년필㈜은 1954년 신화사로 출발해 국내 최초 만년필 국산화(1964) 사인펜 최초 개발(1966) 샤프펜슬 최초 개발(1972) 세계최초 촉극세(0.3㎜)펜 개발(1994) 등 국내 문구류의 개척자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성남제1공단 내 한국빠이롯드 공장 모습. 현재 공원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성남시 제공
성남제1공단 내 한국빠이롯드 공장 모습. 현재 공원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성남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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