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영업정지→기관경고, 임직원은 직무정지→경징계
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한투)에 대해 ‘기관경고’의 경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해당 대출이 위법행위라는 금감원 주장이 징계 결정 과정에 관철됐지만, 제재 수위는 금감원이 당초 상정한 영업정지 등 중징계보다는 낮아졌다. 제1호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한투의 상징성 등을 감안한 절충적 결론이란 평이다.
3일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개최하고 지난해 실시한 한투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조치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심의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으로, 금감원은 한투에는 기관경고, 관련 임직원 6명에겐 주의~감봉 처분을 내렸고 부당대출에 대한 과태료 5,000만원도 부과했다. 징계 수위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제재심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영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의 첫 제재 사례로 관심을 모았다. 쟁점은 한투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를 거쳐 SPC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계약을 맺은 최태원 SK 회장 개인에게 대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자본시장법은 발행어음 자금의 개인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TRS 거래를 통해 큰 돈 들이지 않고 SPC가 보유한 계열사(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하는 효과를 냈다.
제재심 위원들은 이날 심의에서 “개인대출로 봐야 한다”는 금감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의 경징계 제재를 의결했다. 금감원 검사국은 지난해 말 제재심 개최에 앞서 한투에 영업정지 1개월의 기관 제재와 직무정지 1개월의 임직원 제재 처분을 내용으로 하는 중징계안을 통보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없고, 신규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 감안돼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출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재 수위는 낮추는 절충적 결정을 두고 금감원이 이번 결정이 향후 발행어음 영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행보를 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 열린 두 차례 제재심에서 위원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한투의 거래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한투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때문에 업계는 이번 제재심 결과를 한투의 ‘판정승’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투의 TRS 거래가 정말 최 회장의 개인대출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면 영업정지 정도의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며 “기관경고가 포함되기 했지만 업무 영향이 미미해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TRS 거래가 앞으로도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징계 수위로 보건대 당국이 TRS라는 금융상품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걸로 보기 힘들다”며 “다른 증권사들의 TRS 거래를 금감원이 사사건건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완전 무죄가 나온 건 아니지 않느냐”며 “한투 직원에 대한 징계만 나왔다면 실무상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기관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라 다른 증권사들이 TRS 거래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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