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3일 열린 취임식에서 “문화, 체육, 관광, 종교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이 다시 뜨겁게 살아날 수 있도록 부지깽이 노릇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공급해 주지 못하는 정책은 죽은 것이고, 그 조직 또한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현장 중심의 문화 정책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철저한 현장주의’를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또 ▦문체부 모든 영역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구축 ▦공정한 문화 생태계 조성 ▦국어의 보존과 확산 ▦한류의 범정부적 진흥 체계 구축 ▦문화ㆍ체육ㆍ관광 분야를 통한 일자리 마련 ▦남북문화ㆍ체육ㆍ관광ㆍ종교 교류의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공직을 떠난 지 11년만에 문체부로 복귀한 데 대한 감회도 밝혔다. 그는 “감개무량하다”며 “하지만 장관으로 금의환향했다는 기쁨보다 문체부가 겪은 아픔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앞에 놓인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장관직을 피해 편안하고 자유로운 길 가고 싶었지만 누란지위(累卵之危)의 문체부를 보며 충무공 이순신의 말이 떠올랐다”며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ㆍ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처럼 여러분과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만 그의 장관 취임에 반대해온 영화계의 스크린 독과점 등 문제 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문화행정 전문가인 박 장관은 2008년 문화관광부(현 문체부) 차관직에서 물러난 뒤 중앙대 예술경영학 교수로 부임해 10년 이상 교편을 잡았고, CJ ENM 사외이사를 지낸 전력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한편 이날 물러난 도종환 전 장관은 22개월간 동고동락한 문체부 직원들에 인사하면서 중국 시인 수팅의 ‘이별에 부쳐’라는 시를 인용해 직원 개개인이 정거장의 등불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사람의 일생에는/수많은 정거장이 있어야 한다/바라건대 그 모든 정거장마다/안개에 묻힌 등불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