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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인권정책에 가까워... 경제살리기 보장 못해” 원로들 문대통령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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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인권정책에 가까워... 경제살리기 보장 못해” 원로들 문대통령에 쓴소리

입력
2019.04.03 18:50
수정
2019.04.04 01:5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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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ㆍ주52시간제 등도 시장 수용성 감안해 보완 필요”

문 대통령 “국민 최대걱정은 경제… 옳은 방향 위해 조언을”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경제원로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원로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강철규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박승 중앙대학교 명에교수(전 한국은행 총재), 문 대통령,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전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경제원로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원로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강철규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박승 중앙대학교 명에교수(전 한국은행 총재), 문 대통령,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전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경제 원로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 조언을 구했다. 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경제 전반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오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등과 관련한 정부 경제정책 운용의 문제점을 짚는 쓴소리가 많았다. 정권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동계에 대해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부터 “격식 없이 편하게 이야기해 주시면 우리 경제팀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며 경청의 뜻을 보였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박승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방향은 맞으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노동계에 대하여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계가 최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등과 관련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주52시간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 교수도 “수요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있다면 공급측면에서는 민간투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며 민간투자 확대 정책을 부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정책이기보다 인권정책에 가깝다”며 “사람답게 살려면 최소한의 소득이 필요하므로 좋은 정책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경기를 살리려는 건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 못지 않게 공정경제를 위해 정부가 노력을 더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면서 인적자원 양성, 창의력 개발을 위한 교육정책, 공정경제, 기득권 해소를 위한 규제 강화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미세먼지ㆍ수출ㆍ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박봉흠 SK가스 사외이사는 “국채발행 이외에 기금 등 다른 재원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재정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한은 총재를 지냈던 김중수 한림대 총장은 “경제정책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국민역량을 집결해야 한다”며 “아울러 임금상승에 상응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법도 쏟아졌다. 정운찬 총재는 “최근 한국이 3050클럽에 들어가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앞으로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국력신장, 문화고양, 국격제고에 나서야 한다”며 “북미, 남북 정상회담만 할 것이 아니라 남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면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거둔 이러한 결과는 선배 세대들이 이룬 것”이라며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아울러 “5월 9일이면 현 정부가 만 2년이 되는 데 그간의 정책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오늘 주신 조언들이 도움이 된다”며 “또한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라며 이 부분에 있어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원로들의 계속된 조언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난 후 원로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도 나눴다. 한 참석자는 “세계경제가 어렵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대비를 잘 해야 한다는 뜻을 주로 전했다”며 “논쟁을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서로 걱정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얘기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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