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 기구’ 위원장으로 내정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중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나라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질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중국과의 외교적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반 전 총장이 중국을 두둔하며 우리 정부와 국민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머물며 각종 회의에 참석한 뒤 3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장관으로서 베이징(北京)에 갔을 때는 뿌연 하늘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난 사흘 내내 베이징 하늘은 파란색이었다”며 “중국이 강도 높은 노력을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파란 하늘 지키기 운동’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번 출장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간제(李干杰) 생태환경부 장관 등을 만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를 2013년 ㎥당 90㎍(마이크로그램ㆍ1㎍=100만분의 1g)에서 51㎍까지 줄였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노후 공장 폐쇄와 자동차 폐기 등 그간 중국이 기울인 노력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 같은 중국의 노력에 비하면 우리의 노력은 그것에 미치지 못하지 않나 싶다”며 “미세먼지 문제는 한ㆍ중 간에 경험을 공유하면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런 방향으로 (중국 측과) 얘기가 잘 됐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저감 목표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30%를 줄이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굳은 마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가 하는 일에 협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범국가기구 구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위원 초빙과 분과위원회 설치, 국민참여단 구성, 국민 대토론회 실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정을 주도하기보다 사회ㆍ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반 전 총장은 “경험과 식견이 많은 전문가 30~40명을 위원으로 모시고 그 아래로 분과위원회를 꾸리는 한편 사회 각계 각층, 연령대, 직업별로 500여명을 국민정책참여단으로 구성해 국민 의견을 수용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국민 대토론회도 개최해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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