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본격 운영, 6~7일에는 새단장 행사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경희궁과 강북삼성병원 사이 돈의문박물관마을. 폭 1~2m 옛스런 골목길을 따라 오래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경사지 아래에서는 새문안로를 달리는 차량들 모습이 보인다. ‘돈의문구락부’ 안으로 들어서니 1920~30년대 경성에서 유행했을 법한 무도풍의 경쾌한 음악이 나팔꽃 모양의 전축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도자기, 고풍스러운 의자와 수납장들로 장식된 이 곳은 근대 사교장인 구락부(‘클럽’ 의 일본식 음역)를 재현했다.
인근 건물에는 ‘갤러그’ ‘보글보글’ ‘테트리스’ 등 한 때 수업을 빼먹을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인기였던 게임기를 갖춘 돈의문콤퓨타게임장도 눈에 띈다. 돈의문콤퓨타게임장의 게임은 스마트폰 터치가 아닌 조이스틱으로 작동한다.
2층에서는 웹툰 대신 종이를 넘기며 만화책을 보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새문안만화방이 있다. 다른 건물에는 20여년 전 이동통신 수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티폰, 카폰, 삐삐의 초기 모델들이 진열돼 있었다. 근현대 100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기억의 보관소였다.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마을인 돈의문마을이 근현대 서울 100년의 삶과 기억이 담긴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새로 태어났다. 콘셉트는 ‘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 도시재생 방식으로 조성한 도심 속 마을단위 역사ㆍ문화 공간은 처음이다. 총 300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7-24 외 96필지(9,770㎡)에 위치한 박물관은 문화시설 9,042㎡, 공원 728㎡로 구성됐다. 건물 40개동 중 5개동은 새로 지었고 나머지 35개 동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1960~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오락실과 만화방 영화관 등 12개 테마의 체험형 전시관을 갖췄다.
서울시는 6, 7일 돈의문박물관마을 새단장 행사를 앞두고 이날 취재진에 현장을 공개했다. 학창 시절과 대학교 시절을 관통하는 기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어 대다수 참가자들이 소풍 나온 것처럼 추억을 만끽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당초 전면 철거위기에 놓였으나 박물관마을로 되살아난 케이스다. 2003년 이웃한 종로구 교남동 일대와 더불어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뒤늦게나마 기존 재개발 방식에 대한 반성과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추억과 기억, 역사성을 품고 있다고 판단해 2015년 박물관마을로 재생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8월에는 1단계 임시사용 승인을 얻었고 그 해 9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예술가들의 창작ㆍ기획전시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마을에 대한 명확한 콘셉트가 없어 활성화가 되지 않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단장하면서 이 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쌓여갈 기억들을 포함하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며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빠져드는 부모 세대와 오래된 스타일을 새롭게 즐기는 자녀 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매주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된다. 일부 체험 프로그램의 체험비를 뺀 나머지는 무료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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