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경찰 고위간부가 경찰청장 몰래 준 것”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경찰 수사팀보다 먼저 ‘김학의 동영상 CD’를 입수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향해 “입수 경위를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경찰 고위간부가 경찰청장 몰래 건넨 것”이라고 밝혀 CD 입수 경로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원은 ‘김학의 CD’를 경찰 고위간부로부터 받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밝혔다. 전날 열린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경찰 고위간부로부터 김학의 CD를 전달받았다는 박 의원의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민 청장은 업무보고에서 경찰 수사팀이 2013년 3월 19일 CD를 입수했다고 밝혔는데, 박 의원으로부터 CD를 건네 받았다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이보다 6일 앞선 2013년 3월 13일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만나 CD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에게 CD를 전달한 박 의원이 수사팀보다 최소 1주일 앞서 CD를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박 의원은 “경찰 고위간부가 ‘검찰로 수사권이 넘어가 송치 지휘를 하게 되면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박 의원이 소속된)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따져달라’고 제게 준 것”이라며 “(이 사실을) 경찰청장이 알면 큰일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은 당연히 몰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이어 “경찰의 수사라인과 정보라인은 다르다”며 “민갑룡 청장은 경찰 기록을 보고 (정보위에서) 답변했을 텐데 제게 CD를 건넨 사실은 당시에 기록으로 남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춰 첩보를 수집하는 정보라인 고위 간부가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박 의원에게 CD를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박 의원 말대로 문제의 CD를 3월 초에 경찰로부터 받았다면 당시 경찰은 이미 확보한 해당 영상을 청와대에 정식 보고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김학의 차관의 내정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박 의원 주장이 사실이면) 경찰에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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