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선진국형 서비스산업 발전방향 토론회
노인돌봄서비스 체계를 현행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가 지원하는 ‘재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사회와 연계된 삶이 노인의 심신 건강에 좋은 뿐더러, 고령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강한 노인’을 위한 서비스 시장 확대 효과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 부연구위원은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KDI가 주최한 선진국형 서비스산업 발전방향 정책토론회에서 “노인돌봄의 패러다임은 원래 살던 곳에서 자립적 생활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 사회와 연계된 삶을 살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들보다 건강하고 치매 발병률도 낮다는 것이다. 이는 노인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진행한 노인실태조사에선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사는 집에서 계속 살겠다’는 노인이 88.6%, ‘돌봄이 필요해도 익숙한 곳에서 계속 살기를 원한다’는 노인이 57.6%로 나타났다.
권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노인돌봄정책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서비스나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에 집중돼 있고, 민간 차원의 서비스는 부유한 노인들이 이용할 만한 고가 서비스 위주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는 요양시설은 제도 도입 이후 급증한 반면, 부분적인 돌봄이 필요하거나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에 대한 서비스 시장은 성장하지 않았다”며 “공백 상태인 건강한 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건강한 노인들이 지역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 받으며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정착돼야 한다며 ‘지역사회 내 돌봄체계 구축 –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공공부문 정비 – 돌봄요양 서비스시장 활성화 지원’의 3단계 노인돌봄체계를 제안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가시와 프로젝트’를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도쿄대가 2009년부터 도쿄의 베드타운인 가시와시에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고령자를 위한 재택의료 사업에서 출발해 주거(거점형 주택), 사회참여(취업 시스템) 등으로 확대됐다. 거주자 대상 연구 결과 ‘혼밥’이 노쇠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파악하고 ‘같이 밥 먹기’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날 정책 토론회는 한국경제의 토양에서 생산성 높은 서비스업을 육성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KDI는 이날 △문화예술ㆍ관광 △평생학습ㆍ훈련 △돌봄요양 및 건강관리 △영유아 보육ㆍ교육 △환경 등 5개 부문에서 7가지 서비스산업을 소개했다. 김용성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업 생산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0.5~1.0%포인트 오르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