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FC서울 주장 고요한과 유스팀 주장 허동민
#어린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와 박세리, 김연아 등을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꿈을 만나다] 시리즈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이자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고민을 나누며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FC서울 주장 고요한(왼쪽)이 지난달 20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서울 유스팀 오산중 주장 허동민과 마주 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배우한 기자

프로축구 FC서울의 ‘원 클럽 맨’ 고요한(31)과 서울 유스팀 오산중 에이스 허동민(15)은 공통점이 많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데다, 미드필더로 각 팀 허리를 책임진다. 무엇보다 올해 각자 몸담은 서울과 오산중의 주장을 맡았다. 나이야 고요한이 두 배 가량 많다지만 고민은 같다.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어떡하느냐”는 ‘주장 후배’ 허동민 질문에 고요한의 대답도 쉽지만은 않다. 고심 끝에 고요한이 실현 가능한 조언을 내줬다. “소통이 답이야. 팀 구성원들끼린 언제든 오해나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특별한 방법이랄 게 없어. 네가 나서서 같이 밥도 함께 먹고 말도 걸어가며 기분을 풀어주는 게 좋아.” 고요한의 조언을 들은 허동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오산중 3학년이 돼 갓 주장완장을 찬 허동민은 “1,2학년 땐 형들이 알아서 해결해주던 일을 3학년이 돼 직접 해결하려 하니 부담도 책임감도 크다”면서도 “(고요한)형 말대로 과묵한 성격을 조금은 접어두고 조금 더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겠다”며 웃었다. 지난달 20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둘은 평소 FC서울 홈경기 때마다 마주하는 사이지만, 경기 날 경기에만 몰두해야 하는 고요한은 허동민을 기억하지 못한다. 허동민은 “오산중 선수들과 서울 홈경기 때마다 볼보이를 하며 고요한 선수 플레이를 유심히 살핀다”고 했다. 매 경기마다 고요한의 다부진 움직임과 볼 터치, 패스 하나하나를 눈에 담는다는 게 허동민 얘기다. 고요한은 “다음 경기부턴 만나면 꼭 아는 척 하겠다”며 “물어볼 게 있으면 언제든 형에게 물어보라”며 멘토를 자처했다.

FC서울 주장 고요한(왼쪽)이 지난달 20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서울 유스팀 오산중 주장 허동민과 머리로 공을 주고받고 있다. 배우한 기자

허동민은 “중계방송이 있는 경기에선 긴장이 된다”며 ‘중계 울렁증’을 호소했다. 중등부 대회라도 주요 경기가 중계방송 되는 날이 있는데, 아직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허동민으로선 혹시라도 큰 실수라도 하면 두고두고 회자될까 봐 더 떨린단다. 고요한은 “그건 어른 돼도 마찬가지”라면서 크게 공감했다. “형이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 때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실수를 많이 했어.(웃음) 여기저기 영상이 퍼지고 댓글도 험악해서 한동안 많이 힘들었지.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 봐. 오히려 네가 더 잘하면 눈에 확 띄고, 자신감도 높일 수 있어.”

고요한은 이어 “슬럼프가 와도 너무 주눅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슬럼프란 ‘폭발적인 성장의 직전 단계’라는 게 고요한이 내린 답이다. 고요한은 “내 실력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데, 그 다음단계로 가는 시간이 지체되니 슬럼프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그 때 못한 것만 생각하면 진짜 슬럼프가 되는 거고, 원래 해왔던 대로 준비해 가진 만큼이라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면 어느 순간 크게 성장한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힘들고 답답할 땐 운동을 엄청나게 해보든지, 그마저 힘들다면 운동을 조금 쉬면서 친구나 가족과 만나 여가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라며 구체적인 해법도 던졌다. 허동민은 “아직까진 축구가 재미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지만, 가끔 경기를 못할 땐 ‘이 길이 맞는지’ 생각할 때도 있다”면서 고요한의 조언에 귀 기울였다.

FC서울 주장 고요한(왼쪽)이 지난달 20일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서울 유스팀 오산중 주장 허동민과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있다. 배우한 기자

키 180㎝의 장신 미드필더 허동민은 재작년 차범근축구상을 수상해 ‘팀 차붐’ 소속으로 유럽 원정을 다녀온 인재다. 비슷한 또래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미드필더 자원으로 꼽히는 그는 K리그 유스 클럽시스템 속에 서울로부터 숙소와 식단 등을 지원받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그에게 ‘입단하고 싶은 팀’을 물으니 유럽 구단보다 ‘서울’이 먼저 튀어나왔다. 공격형 미드필더 고요한에게 패스하는 모습을 종종 그려본다는 게 수비형 미드필더 허동민의 고백이다. 서울 출신 기성용(30ㆍ뉴캐슬)처럼 좋은 킥 능력을 갖추고 싶다고 한다.

고요한은 “드루와!(들어와)”를 외치며 반겼지만 예상 입단시기가 엇갈렸다. “5년 뒤쯤 입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허동민 얘기에 잠시 심각해진 고요한은 조기입단을 재촉했다. “그땐 내가 서른 일곱(한국나이)이야. 3,4년 안에 들어와서 같이 별 하나 더 달아보자. 나도 16세 때 서울 유니폼 입었는데 뭘.” 둘은 손을 맞잡았다.

구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권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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