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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창설 70주년 해병대의 가치

입력
2019.04.0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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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창설 70주년이 됐다. 1949년 창설한 해병대는 6ㆍ25전쟁 초기 통영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북한의 예봉을 꺾고, 마산 진동전투의 승리로 북한군 6사단의 부산 서쪽 침투를 저지해 유엔군이 부산으로 들어오는 여건을 확보하는 등 큰 공을 세웠다. 1951년 강원 양구 도솔산전투에서 승리해 38선에서 훨씬 북쪽으로 올라간 현재의 강원 지역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월남 파병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확고한 한 축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기여했고, 부수 효과로 산업화의 초석을 마련해 주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되어왔다.

해병대는 상륙전의 특성으로 인해 한미연합훈련이 가장 활성화된 군대다. 한 대의 상륙장갑차에 한미 해병이 합동으로 분대를 이뤄 같이 상륙에 나설 정도로 한미연합군의 상징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를 고려한 양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쌍룡훈련 등 연합훈련이 취소되는 등 훈련 규모와 질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한 미 태평양해병사령관 루이 크라파로타 중장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한미 해병대 역할ㆍ협력증진 방안’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며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한국 해병과 한국에서의 훈련뿐 아니라 다국적 원정훈련을 많이 하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해병대는 매년 태국에서 열리는 다국적 해병 상륙훈련인 ‘코브라골드’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크라파로타 사령관은 이 훈련 외에도 필리핀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뉴질랜드 등과의 소규모 훈련도 같이 하고, 홀수 해마다 호주ㆍ스리랑카 등과 합동으로 진행하는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에도 참가하기를 제안했다. 이런 훈련들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한미동맹 강화에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손익을 따져 봐도 원정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치가 있다. 이런 원정훈련은 북한과 관계가 없는 훈련이기 때문에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에 대한 부담도 적다. 특히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뜸해지면서 미해병대가 일본 수륙기동단과의 합동훈련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에서의 미국 군사력의 중심축이 일본으로 전이되는 것을 원정훈련 다양화를 통해 막아준다면 국익 차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활동이 될 것이다.

한국 해병대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최강국이었던 소련도, 전통의 해양 강국 영국도 우리처럼 2만8,000명의 해병대를 보유하지 못했다.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로 하는 원정 기동부대이기 때문에 병력에 맞게 상륙 수단도 동시에 구비해야 한다. 이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다. 일례로 700명의 병력을 태우는 독도함의 가격이 5,000억원이니 해병대 1개 사단 1만명을 실어 나르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그럼에도 한국 해병이 세계 2위 규모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한 미해군의 수송수단 지원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그런 능력을 갖출 시기가 됐다. 규모만 2위가 아닌 능력도 2위인 해병대가 돼야 한다. 3개 전투여단을 하늘과 바다에서 동시에 상륙시킬 수 있는 능력, 아주 빠른 속도로 상륙하여 생존성이 더 높아질 차기 상륙장갑차, 이들을 확실히 지원할 수 있는 대형 공격헬기, 내륙 진공 시 적 기계화부대를 능히 제압할 수 있는 기동화된 강력한 화력 수단들, 이보다 더 중요한 독자적인 정보ㆍ정찰 수단 등을 갖추어 명실상부한 세계 2위의 해병대로 발전해야 한다.

지난 70년간 해병대는 규모면에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내실을 키워야 한다. 국가수호와 국익창출에 앞장서 온 해병대는 앞으로도 한미동맹의 유지ㆍ강화의 최선봉에 서서 국가수호와 국익창출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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