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둘러싼 협상을 이달 15~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자간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합의했으나, 교섭범위에 대한 이견으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미국은 대일무역 적자의 원인으로 상품ㆍ서비스 분야의 관세장벽을 문제 삼고 있는 반면, 일본은 최대한 상품에 한정해 조기 타결을 보겠다는 방침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3일 양국 간 협상은 미국에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일본에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산업장관이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교섭범위를 둘러싼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새로운 무역협정을 ‘물품무역협정(TAG)’라고 부르면서 상품에 대한 관세철폐나 인하에 응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은 상품 외에 서비스를 포함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환율조항까지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조항은 자국 기업의 수출에 유리하도록 정부가 환율 개입 등을 통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항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2월 하원 청문회에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는 환율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밖에 약품가격 제도와 식품안전기준 규제 완화 등 보다 폭넓은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의회에 제출한 2019년 경제보고서에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는 내용을 명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울러 일본이 최근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과 유럽연합(EU)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잇따라 발효하면서 자국 농산물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CPTPP 가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적이다. 이에 CPTTP 수준의 농산물 관세인하에는 용인하면서 서비스 분야에 대해선 세관절차 간소화 정도로 교섭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달 말 미국 방문을 앞두고 무역협상을 둘러싼 갈등을 막기 위해서도 사전정지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에선 미국 측이 환율조항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때처럼 수입차 수량 제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번 협상은 당초 올 1월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올인하면서 연기됐다.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미중 무역협상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경우엔 일본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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