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마약 공급책 경찰에 자진 출석
대마 흡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가 “반성한다”면서 3일 오후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SK그룹 오너가 3세 최모(31)씨가 이날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경찰에 “혐의를 인정하고 있으며 겸허히 반성하고 법원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최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서류 심사만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전날 경찰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신청한 최씨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2000년 별세한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아들인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8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 등에서 마약 판매책 이모(27ㆍ구속)씨 등으로부터 구입한 전자담배용 액상 대마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2~3월 3차례에 걸쳐 최씨에게 대마를 판매하고 함께 핀 혐의를 받은 또 다른 이모(30)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인천 미추홀구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대 사무실로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1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그룹 계열사 사무실에서 체포된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주로 집에서 피웠다”면서 대마 흡입 혐의를 인정했다. 최씨는 대마 간이시약 검사 결과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앞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손자이자 정몽일 현대미래로 회장의 아들 정모(29)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도 마약 판매책 이씨로부터 액상 담배를 구입하고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동생(27)도 앞서 2012년 8월 서울 자택 인근에서 친구와 함께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경찰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정씨에게 대마를 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서울 부유층 자제로 알려진 이씨는 미국 유학 중에 정씨를 알게 됐고 지난해 1차례 함께 대마도 피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와 이씨가 함께 대마를 피울 당시 여성 1명도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머물고 있는 정씨 측에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조속한 귀국을 요청했으며 귀국하는 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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