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에 정제유 환적 조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이전 방식으로 북한 선박에 석유 제품을 옮겨 실었다는 의심을 받는 한국 선박이 6개월 가까이 부산항에 억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2일 “정부는 안보리 결의 위반 의심 선박 4척에 대해 출항을 보류하고 있다”며 “이 중 우리 기국(旗國) 선박 1척에 대해서는 아직 관계당국에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선박은 현재 ‘선박 대 선박’ 환적에 관여한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우방국으로부터 해당 선박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과 접선해 상당량의 정제유를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 1년 전부터 조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이 선박이 부산에 들어왔을 때 억류 조치한 것이다. 안보리 결의 2397호 9항은 결의상 금지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 항구에 입항한 선박을 나포ㆍ검색ㆍ동결(억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 국적 선박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출항을 보류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지난달 12일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적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선박 간 환적에 가담한 ‘라이트하우스 원모어’호와 ‘코티’호,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한 ‘탤런트 에이스’호 등 외국국적 선박 3척에 대해서도 억류 조치 했다. 외교부는 “선박 4척에 대한 안보리 결의 적용에 대해서는 미국 및 제재위와 긴밀히 협의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혐의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 선박에 등재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와 별개로 앞서 한국 국적 선박 루니스(LUNIS)호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불법 환적 관여 의심 선박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루니스호 선사 에이스마린 관계자는 “지난해 9~10월 대북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한국정부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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