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선전매체 동원해 한미 연합훈련ㆍ제재공조 비난
북한이 선전 매체를 동원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양국 간의 대북 제재 공조를 비난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남북 간 약속을 지키라면서다. 압박하는 미국 대신 거드는 남한에 불평을 쏟아낸 셈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일 ‘서푼짜리 힘자랑으로 얻을 것은 세인의 조소와 비난뿐이다’ 제하 개인 필명 논평에서 “최근 미국과 남조선 군부가 공중과 해상에서 연합훈련들을 강행하며 우리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매달리고 있다”며 한미 공군 연합 탐색구조 훈련인 ‘퍼시픽 선더’와 미국 경비함 ‘버솔프’가 참가하는 한미 연합 해상 검문 검색 훈련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모처럼 마련된 긴장 완화 분위기를 파괴하려는 위험한 군사적 도발이며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확약한 싱가포르 조미(북미) 공동성명과 북남 선언들의 이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한미 공군은 지난달 18∼29일 임무 수행 중 비상 탈출한 조종사를 구조하는 훈련인 퍼시픽 선더를 실시했고, 같은 달 25일 제주민군복합항에 입항한 미 해안경비대(USCG) 소속 경비함 버솔프는 사흘 뒤 한미 해경정과 검문 검색 연합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최근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 추진에서 ‘신중론’을 운운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민심의 지향과 대세의 흐름을 저해하는 온당치 못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신중론은 대표적 남북 협력 사업인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은 대북 제재망 이완을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제재 틀 내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남한 정부의 입장이다. 매체는 “이것(신중론)은 온 민족 앞에 확약한 북남 선언 이행에 대한 책임 회피”라며 “남조선 당국이 민족자주 정신과 주견도 없이 미국과 보수 세력의 눈치만 보면서 북남관계에서 계속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한다면 스스로 각 계층 민심과 온 겨레의 버림을 받는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대남 비난은 비핵화 협상 상대방인 미국을 최대한 덜 자극하면서 대화 재개에 대비해 협상력을 키워 두려는 의도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불어 협상이 깨졌을 경우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최근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결국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운운하는 ‘평화’ 타령이란 한갓 내외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며 “오늘날 조선반도의 정세가 다시금 악화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세계 앞에서 한 약속을 줴버리고(깨버리고) 군사적 도박을 강행한 도발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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