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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대표와 골프

입력
2019.04.0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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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고 있는 골프장은 1년 동안 라운드가 8만회 이상이다. 중부 지방에서는 유명한 골프장 중의 하나이다. 한달에 10만원을 내면 조건 없이 무제한 연습 볼을 칠 수 있어 초보자들 또한 많은 골프장이다.

더러는 클럽이 없어 클럽 하우스에서 빌리기도 하고 테니스 신발을 신고 불안정한 자세로 스윙을 하면서 공이 빗나가면 신경질을 내는 골퍼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매일 6시만 되면 나타나는 세 명의 초보 골퍼들이 있다. 필자가 ‘국가대표’라고 이름 지어준 초보 선수들이다. 주장격인 손 차장은 키가 180이 훨씬 넘는 거구에 운동감각은 거의 없는 1년차다. 부주장격인 김 대리의 스윙은 장작 패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제일 늦게 골프를 시작한 장 대리는 키가 작아 늘 멀리 치려는 욕심에 탑볼이나 헛스윙을 한다. 말 그대로 김용화 감독이 만든 영화 ‘국가대표’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레슨티에서 만나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넨 뒤 마치 전쟁터의 기관총처럼 스윙과 관련해 궁금한 것들을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손목이 부러지기 쉬워요? 허리가 부러지기 쉬워요?”

스윙에 얽힌 거의 모든 문제는 손목과 허리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도 해답을 아는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빈 웃음을 짓는다.

작년 늦가을부터 농구로 유명한 대학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농구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 운동 신경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성현이는 골프 클럽만 잡으면 작아지는 자신 때문에 불만이다. 농구를 한 때문인지 손목의 움직임이 과하다. 늘 공이 이상한 방향으로 튄다. 몇 주 동안 허리를 쓰는 연습을 한 후에는 120야드를 기록하던 7번 아이언이 150야드를 훌쩍 넘기는 것을 보고 나 자신도 놀란 적이 있다.

모든 운동에는 운동역학 사슬(The kinetic sequence)이 있다. 이는 움직임의 순서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는 사항이다. 골프에서는 다운스윙을 할 때 허리-상체-어깨-팔ㆍ손-클럽 순서로 이어지면서 공을 때린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몇 년 전 타이거 우즈가 새로운 코치로 영입한 크리스 코모가 바로 이 분야의 전문가다. 크리스를 지도한 스승은 텍사스 여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생체역학의 대가인 한국인 권영후 교수이다. 일상생활에서 손은 허리보다 월등하게 많이 쓴다. 그러나 손은 다쳐도 활동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지만 허리를 다치면 움직일 수 없다.

손목은 작은 근육이고 허리는 모든 움직임을 조율하는 국가대표 감독이다. 감독이 제대로 작전을 수립하고 선수들에게 주문하듯 골프 스윙 역시 허리의 움직임을 따라 손목이 도리깨 역할을 해야만 쉬운 스윙이 된다.

이제 본격적인 골프시즌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허리를 이용한 멋진 스윙을 만드는 시즌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골프 스윙에서 절대 명심해야 할 부분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스윙의 절대 치침은 아래와 같다.

조사에 따르면 골퍼의 65퍼센트가 허리를 일찍 펼친다. 이런 현상은 클럽이 너무 길 때, 공으로부터 너무 멀리 설 때, 체중이 왼쪽으로 치우쳐 있을 때, 인사이드 스윙의 개념이 전혀 없을 때 나타난다.

교정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사무실이나 직장에서 찾을 수 있는 의자를 엉덩이에 붙이고 허리를 90도로 굽힌 후 오른쪽 왼쪽으로 열 번 정도 반복한다. 그런 다음 몸을 조금 더 올려서 같은 자세로 열 번 정도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5번 아이언 자세를 취한다음 천천히 같은 방법으로 열번 정도 반복한다. 좋은 스윙은 허리와 손의 위치가 얼마만큼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서 임팩트가 되느냐에 달려있다.

김준배 2018 미(美)중서부 PGA 올해의 교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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