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이사가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보다 지난해 40억원 이상 연봉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주요 계열사로부터 총 160억원을 받아 갔으며, 최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도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한 각 기업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지주사인 CJ주식회사로부터 받은 71억8,700만원을 포함해 총 160억1,1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CJ제일제당과 CJ ENM으로부터 각각 받은 64억9,700만원, 23억2,7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 연봉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양호 회장도 107억1,8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자리에서 물러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총 455억7,100만원을 받아 갔는데, 이 중 394억원이 퇴직금이었다. 작고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역시 퇴직금 201억3,600만원이 포함된 285억800만원을 받았다. 이해욱 회장도 103억 6,800만원으로 ‘100억원 이상 연봉자’에 포함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각각 95억원과 29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현대차로부터 54억7,600만원, 현대모비스로부터 41억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로부터 22억1,300만원, 현대모비스로부터 7억3,800만원을 받았다. 정 부회장의 급여는 지난해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63.8%(2017년 18억100만원) 늘었다.
2017년 152억원을 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옥중경영’으로 7개월간 보수를 받지 않으면서 총 78억1,700만원으로 연봉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0억원을 받았으며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77억7,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41억원의 연봉을 지급 받았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억원 이하 연봉을 받아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리니지M 등 공전의 히트작을 낸 엔씨소프트 김 대표의 연봉도 도드라졌다. 작년 연봉으로 총 138억3,600만원(급여 17억2,500만원, 상여금 120억9,300만원 등)을 받아 정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 보다 많은 액수를 챙겼다. 월급으로 따지면 11억5,300만원, 하루에 3,834만원 정도를 받고 일한 셈이다. 특히 상여금으로 단기 인센티브 46억5,000만원, 특별인센티브 35억7,500만원, 임원 장기인센티브 37억5,080만원이 지급됐다. 회사 측은 “신규 게임 출시로 모바일 사업 영향력이 대폭 확대됐고, 리니지M 개발 및 상용화 선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 등을 고려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외에도 우원식 부사장(CTO), 정진수 부사장(COO), 윤재수 부사장(CFO), 배재현 부사장 등 엔씨소프트 부사장들도 모두 30억원 이상 연봉을 받았다. 소셜카지노게임업체인 ‘더블유게임즈‘ 박신정 부사장도 고액연봉자 반열에 올랐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자사주식 37만 3,347주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으로 225억 6,500만원을 챙겼다. 급여 3억 7,500만원과 상여 7억 500만원을 더하면 총 보수는 236억 4,500만원에 달한다.
전문 경영인 중에서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들이 많은 연봉을 받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45억4,000만원,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41억4,000만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35억1,000만원을 받았다. 2017년 243억8,100만원을 받으면서 2015년부터 3년 연속 직장인 중 연봉 1위를 기록했던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작년 퇴직금을 포함한 70억3,400만원을 받아 간 것으로 나타났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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