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Salvator Mundi · 살바토르 문디)’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500여년 전 그린 ‘남자 모나리자’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끝으로 행적이 묘연하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다빈치의 유화 ‘살바토르 문디’가 역사상 최고 경매가에 낙찰된 후 1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행방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희소성 때문에 ‘남자 모나리자’라고도 불리는 이 유화는 왼손에는 보배로운 구슬을 들고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는 예수의 상반신 그림이다.
다빈치의 작품 중 유일무이한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있는 이 그림은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4억 5,000만달러(약 5,100억원)에 낙찰됐다. 거액을 주고 그림을 손에 넣은 주인공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무함마드 사우디 왕자.
당시 이를 두고 빈 살만 왕세자가 대리인을 앞세워 그림을 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데르 왕자가 4억5,000만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그림을 구입할 만큼의 부호도 아니거니와,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져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우디 왕자가 산 그림이 왜 UAE 아부다비로 넘어간 것일까? 이에 관련해 NYT는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와 UAE의 왕세제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의 절친한 관계를 언급하며 그림이 양국 왕자들 간에 오갔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경매 한달 뒤인 2017년 12월 UAE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살바토르 문디’의 매입 사실을 밝히며,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인 ‘아부다비 루브르’에서 이 작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박물관 측이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돌연 전시 계획을 취소하면서 ‘행방묘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왜 그림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응답을 거부하고, 추후전시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파리의 ‘원조’ 루브르 박물관은 살바토르 문디의 재등장을 누구보다 고대하고 있다. 올 가을 다빈치 사망 500주년을 맞아 열릴 역사적인 전시에 살바토르 문디를 원조 ‘모나리자’와 함께 걸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파리 루브르 측도 살바토르 문디의 정확한 행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NYT는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과 긴밀한 협의를 해온 파리 루브르 박물관 관계자가 “그림의 소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그림이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위작 논란’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살바토르 문디는 이미 수차례 위작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의 작품이라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미 뉴욕대 예술연구소의 다이앤 모데스티니 교수다. 2005년 뉴올리언스의 딜러에게서 그림을 건네받은 그는 곳곳이 손상됐던 그림을 복원했다. 이후 2011년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 1억2,700만달러에 낙찰되며 살바토르 문디는 다빈치의 그림임을 인정받았다.
일각에서는 모데스티니 교수가 이 그림을 꽤 광범위하게 복원했기 때문에 결국은 교수의 그림이 아니냐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모데스티니 교수는 그림 전체에 덮인 덧칠을 벗겨내는가 하면, 예수의 엄지손가락 하나를 덧칠해 지우기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모데스티니 교수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고 NYT는 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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