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카카오뱅크 특례법으로 길 텄지만
당국 적격 심사 부담… 예외조항에 기대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 이래 2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 타개를 위해선 증자가 필수적이고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발효로 비금융 주주사들이 지분을 대폭 늘릴 길이 열렸지만, 이번엔 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적 개선에도 적자의 늪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797억원을 기록, 출범 첫해인 2017년 실적(838억원 순손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전산설비, 인건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많은데다 지난해 하반기 기대했던 증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영향”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당기순손실 210억원을 기록했다. 공격적 영업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면서 창사 원년인 2017년(-1,045억원)에 비해선 실적이 크게 개선됐으나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규 채용으로 직원이 140명가량 늘어나고 고객이 부담해야 할 중도상환수수료나 송금수수료 등을 떠안고 있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법 전력에 발목 잡힌 증자
두 은행의 적자 탈피 전략은 모두 증자다. 출범 당시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에 막혀 최대주주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사실상 은행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자본금을 투입해 영업을 확대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복안이다. 케이뱅크에선 KT(지분율 18.8%), 카카오뱅크에선 카카오(18.0%)가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덕분에 계획을 실현할 제도적 환경도 갖춰졌다. 이 법은 ICT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비금융회사는 금융당국의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최대 34%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KT와 카카오가 당국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양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사 및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위반 전력이 있어서다.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ㆍ공정거래법ㆍ조세범처벌법ㆍ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증자가 시급한 KT는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하철 광고 아이티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공정거래법 위반)했다가 2016년 7,0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된 데다가, 우정사업본부 등에 통신회선을 공급하는 정부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고 있어서 승인 획득을 장담할 수 없다.
◇당국 재량 판단에 기대
카카오 역시 합병한 회사 카카오엠(전 로엠엔터테인먼트)이 2016년 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 혐의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또 김범수 의장이 계열사 5곳의 주식 보유 현황 신고를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지난달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은 앞서 법원의 벌금 1억원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는 “조만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적격성 심사 관련 예외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위가 이들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심사 통과가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경미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지만 유사 사례 등 논의 근거는 있을 것”이라며 “결론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심사 기준은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성 있게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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