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의 최대 격전지가 치매보험에서 종신보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험생명표 개정에 따른 보험료 인하 효과가 이달부터 적용되면서 비싼 보험료라는 종신보험의 가입 문턱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날 제9차 경험생명표를 반영한 신상품을 일제히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저렴한 보험료를 강조한 종신보험 상품들이 여럿 출시됐다는 점이다.
교보생명은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최근 유행하는 치매보장 상품을 덧붙인 ‘무배당 교보실속있는치매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사망 시 보험금을 보장하되 중증치매 진단을 받은 경우 보험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경증치매도 특약을 추가하면 보장 받을 수 있으며, 사망보험금을 은퇴 후 생활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중도해지 시 환급금을 30%만 보장하는 저해지환급형을 선택하면 보험료가 최대 17% 할인된다.
한화생명도 보험료 인하를 앞세운 ‘스페셜통합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저해지환급형(환급률 30%)으로 가입하면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를 최대 20% 낮출 수 있으며 은퇴 후 연금전환 기능도 포함됐다.
메트라이프생명도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 상품 2종을 동시에 내놨다. 노후 의료비를 두 배로 보장하는 특약이 포함된 ‘실속있는 더블종신보험’과 암ㆍ뇌출혈 등이 진단되면 중증이 아니라도 보장하는 ‘미리받는 GI종신보험’이다.
각 사가 앞다퉈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는 것은 경험생명표 개정에 따른 보험료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경험생명표는 보험개발원에서 보험가입자의 성별ㆍ연령별 사망률과 사고율을 산출한 것으로, 손해율과 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된다. 새 경험생명표에는 보험가입자의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사망 담보의 위험률이 이전보다 낮게 산정됐고, 이는 종신보험을 비롯한 사망보험금 지급 상품의 보험료 인하로 이어진다.
보험사 내부의 종신보험 선호 역시 판매 경쟁이 불붙는 요인이다. 보험 소비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본인 사망 후 가족 생계 유지’에서 ‘본인의 안정된 노후’로 옮겨가면서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지는 추세이지만, 영업 현장에선 판매채널의 종신보험 선호, 마케팅 전략 등이 맞물리며 종신보험이 여전히 주력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보험연구원이 구글 검색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종신보험의 검색빈도는 연금보험, 암보험에 밀려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정작 신규 계약건수(2017년 기준)는 종신보험이 다른 두 상품보다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치매보험 판매 경쟁이 금융당국의 경고와 점검 강화로 한풀 꺾인 터라 종신보험을 둘러싼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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