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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배출한 산타체칠리아음악원 9월 세종시 개교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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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배출한 산타체칠리아음악원 9월 세종시 개교 무산

입력
2019.04.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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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로 예정된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세종시 분교 설립이 음악원 측의 준비 부족 등으로 교육부 승인을 받지 못해 연기됐다.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홈페이지 발췌.
오는 9월로 예정된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세종시 분교 설립이 음악원 측의 준비 부족 등으로 교육부 승인을 받지 못해 연기됐다.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홈페이지 발췌.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첫 해외 대학인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의 올해 개교가 무산됐다. 음악원 측이 설립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교육부의 설립 승인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음악원 유치 주무기관인 건설청은 설립 관련 예산도 제 때 확보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행정을 드러냈다.

1일 행정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산타체칠리아음악원에서 지난해 8월 교육부에 음악원 설립 신청을 했으나 올 1월 승인 불가 통보가 내려졌다.

신청 주체는 물론, 학생 수요 예측, 교원 수급계획, 재정운영계획 등 상당수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 상 맞지 않는 학교 설립 주체 문제도 승인 불가 결정의 배경이 됐다. 외국교육기관법에 따르면 외국교육기관 설립 주체는 ‘외국학교법인’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산타체칠리아 측은 한국 위탁법인을 설립해 분교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설립 주체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한국내 위탁법인이 아닌 산타체칠리아 측에서 직접 분사무소 등을 두고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애초 음악원은 올 하반기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인근 ‘복합문화시설’에 임시 입주했다가 행정도시 4-2생활권(집현리) 공동캠퍼스에 입주할 예정이었다. 2017년 12월 로베르토 줄리아니 총장을 만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MOA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건설청은 당시 음악원 분교가 설립되면 음악교육, 성악, 피아노 등 3개 학과가 우선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4년의 교육 과정 가운데 3년은 세종에서, 1년은 본교에서 반드시 수학토록 해 본교 졸업장을 수여하고, 이탈리아어 교육을 병행하는 방안도 내놨다.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은 특히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대거 배출한 명문 교육기관이어서 올 하반기 개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음악원은 1565년 개교한 이틸라이 명문 국립음악원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성악가인 조수미씨를 비롯해 세계적 작곡가 알도 클레멘티,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아니 등이 이 곳에서 수학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설립 승인 불가 결정으로, 산타체칠리아 측은 늦어도 개교 6개월 전까지는 제출ㆍ승인 받아야 하는 대학 설립 규정에 따라 올해 음악원 설립을 못하게 됐다.

오는 9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분교가 임시 입주하려던 정부세종청사 인근 복합문화시설 조감도. 행정도시건설청 제공.
오는 9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분교가 임시 입주하려던 정부세종청사 인근 복합문화시설 조감도. 행정도시건설청 제공.

이에 대해 건설청이 음악원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면서도 정작 안일한 행정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산타체칠리아음악원 측이 국내 관련 규정과 사정 등을 잘 모르는 만큼 건설청이 설립 준비를 적극 지원했다면 도움이 많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청은 또 음악원 설립 준비 과정에서 음악원 설립 준비비(6억원)만 확보했을 뿐 정작 음악원이 우선 입주할 복합문화시설 리모델링 예산(28억원)은 확보하지 못했다. 음악원 특성상 건물 리모델링은 필수라는 점에서 설사 교육부의 설립 승인이 났더라도 시설을 갖추지 못해 올해 음악원 설립은 사실상 어려웠던 셈이다.

국비 확보에 실패한 건설청은 세종시에 리모델링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시의회의 승인을 장담할 수 없어 음악원이 내년에 개교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도 세종시 입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애초 올 하반기 4생활권 산학연 클러스터 지원센터에 임시 입주한 뒤 공동캠퍼스에 둥지를 틀 계획이었지만, 본교 이사회가 승인을 미뤘기 때문이다.

건설청 관계자는 “인천 송도 외국대학 설립 사례를 봐도 신청부터 승인까지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교육부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세종시와 협조해 리모델링 예산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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