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동영상 좌표 좀” “영상 어디서 보냐”
최근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물 촬영ㆍ유포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이른바 ‘오픈 채팅방’에서는 이 같은 질문을 하며 동영상을 구해 보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정준영 동영상’이란 제목의 가짜 콘텐츠도 나돌았다.
정부가 이런 온라인 채팅방을 통한 불법촬영물 유포 등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섰다. 오픈 채팅방은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어 성매매 정보 교환, 불법촬영물 유포 등에 악용돼 왔다. 일각에서는 불법촬영물 유포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집중단속과 함께 성차별적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한 불법촬영물 유포를 사전 차단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지원하기 위해 5월31일까지 경찰 등과 집중 점검단속을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성매매 조장ㆍ유인ㆍ권유ㆍ알선과 불법 음란성정보 유통 등도 단속 대상이다. 음란성 문구나 성매매를 암시하는 문구 등을 오픈 채팅방에 올리면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여러 차례 반복되면 해당 채팅방을 차단ㆍ폐쇄하도록 사업운영자에게 요청하는 식이다. 특히 불법촬영물이 발견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긴급 삭제 요청을 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오픈 채팅방 등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촬영물 유포와 2차 가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속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처방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왜곡된 인식과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범죄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대가 변했는데도 성매매ㆍ성희롱 등 성범죄가 일종의 유희처럼 여겨진 과거 성차별 문화가 끊어지지 않고 젊은 층까지 이어진 사례”라고 불법촬영물 촬영ㆍ유포 등 ‘버닝썬’ 관련 성범죄 사건들을 설명했다. 최근 서울교대와 경인교대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 혹은 예비 교사인 남성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성희롱 발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된 일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차별 문화가 공고하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심각한 범죄로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적 욕망을 남성의 전유물로 치부하고 이중 잣대로 남녀를 바라보는 성차별 문화가 견고해, 죄의식 없이 불법 촬영물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 공분을 크게 산 ‘버닝썬’ 사건이 사회 인식을 바꾸는 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추 교수는 “이번 사건을 통해 오히려 성평등 문화가 확산돼 관련 법제도 개선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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