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조 바사리 ‘르네상스미술가평전’ 완간
이탈리아 태생의 화가이자 건축가 조르조 바사리(1511~1574).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건물을 설계한 것도, 피렌체 시청 건물로 쓰이는 베키오 궁의 대회의실 벽화를 그린 것도 그다. 바사리의 이름은 예술가보다는 저술가로 선명하게 남았다. 서양 미술 비평사의 대표작인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의 저자로서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200명의 작품 세계와 일생을 기록한 이 책은 르네상스 예술을 집대성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1550년대 초판이, 1568년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한국에는 1986년 탐구당 출판사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전’(3권)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 출간했다. 미술애호가였던 이근배(1914~2007) 전 조선대 의대 교수가 번역했다. 최근 한길사가 6권 짜리 완역본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을 재출간했다. 이 전 교수가 18년간 매달려 완성한 완역본에 르네상스 미술 전문가인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가 해설을 붙였다. 6권 전권을 합해 3,896쪽에 이르는 대작으로, 컬러 도판 800여 컷을 새로 넣었다. 한길사는 “바사리 원저에 해설을 얹고 도판까지 상세하게 넣어 완역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했다. 프랑스어 판이 작가의 해설을 담았지만, 아직 완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바사리가 없었다면 르네상스라는 미술사조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르네상스라는 말은 이 책에서 만들어졌어요.” 1일 서울 중구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진 고 교수의 말이다. 고 교수는 “서양 미술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게 르네상스”라며 “바사리가 작품과 작가의 자료를 축적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르네상스 예술의 완벽성에 매료된 바사리는 르네상스 발전 시기 별 예술가들의 작품과 생애를 상세히 소개했다. 르네상스의 미술의 단초를 마련한 거장 조토 디 본도네의 스승 조반니 치마부에부터 르네상스 예술을 꽃피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까지. 바사리는 책을 쓰기 위해 평생 이탈리아 곳곳을 누볐다. 후대 연구자들이 사실 관계를 수정해 주석으로 보완했다.
책을 한국에 소개한 일등공신은 이근배 전 교수다.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바사리를 접하고 번역하려 했지만, 원서를 구할 수 없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느라 이탈리아에서 책이 절판된 탓이다. 이 전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조금씩 복사해 한국으로 들고 왔다. 이후 18년에 걸쳐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33년 뒤인 지금, 역작이 온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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