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정부 조직이 부처 합동으로 1일 재출범했습니다. 이름하여 혁신성장추진기획단(이하 혁신기획단)입니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구성했던 임시조직(혁신성장본부)이 상설조직으로 새출발하게 된 셈입니다.
정식 직제로 탈바꿈한 혁신기획단은 1단 4팀으로 구성되며, 초대 단장은 성일홍(행시 37회) 기재부 전 국고보조금관리단장이 맡았습니다. 산하 4개 팀은 기재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8개 부처에서 20명, 공공기관에서 10명을 파견 받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ㆍ데이터 등 민간전문가 5명을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습니다. 기재부는 “전담조직이 생겨 컨트롤타워 기능이 강화되고, 예전엔 겸임하던 근무 체계가 전임으로 바뀌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앞선 혁신성장본부의 운영을 돌이켜 보면 우려가 앞섭니다. 혁신성장본부는 지난해 8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도해 기재부 내에 설치한 조직이었습니다. 김 전 부총리가 “전담조직 설치”를 강력히 주문한 결과였습니다. 이번 혁신기획단과의 차이라면, 기재부 산하 임시조직이 이번에 정부 합동 상설기구로 변한 정도입니다.
컨트롤타워 기능이 강화될 거란 설명은 더 낯설어 보입니다. 애초 혁신성장본부는 고형권 전 기재부 1차관과 민간 전문가(이재웅 쏘카 대표)가 공동본부장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 전 본부장이 “아무 진전도 만들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물러났습니다. 힘 있는 부처 차관과 혁신의 ‘아이콘’인 이 대표가 이끌었어도 한계가 뚜렷했다는 얘깁니다. 이를 국장급 단장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오히려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시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설립을 주도했던 김 전 부총리가 물러나고 이 전 본부장이 사퇴한 이후 혁신성장본부가 사실상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업무 주도권을 둘러싼 부처 간 알력다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규제완화는 국무조정실 내 규제조정실ㆍ경제조정실에서도 하는 업무입니다.
여러 부처 출신이 힘을 모으는 만큼 혁신기획단은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재확인하고 업무 중복 문제를 해소해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왕 상설기구가 됐으니, 혁신기획단이 계륵이란 오명을 벗고 ‘혁신의 날개’로 불리길 기대해 봅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