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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궈룽 아니 장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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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궈룽 아니 장국영

입력
2019.04.01 10:50
수정
2019.04.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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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궈룽이 대표작 ‘패왕별희’에서 열연하는 모습이다.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장궈룽이 대표작 ‘패왕별희’에서 열연하는 모습이다.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치 어젯밤 일같다. 2003년 4월 1일이었다.

누구나 재미로 거짓말을 주고받는 만우절이지만, 장난삼아 허위로 기사를 쓸 순 없는 법. 여느 때처럼 편집국은 기사 작성 및 출고로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옆자리의 동갑내기 입사 동기가 황망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장국영이 죽었대.”

홍콩영화의 인기가 살짝 수그러들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홍콩 톱스타들의 근황이 해외 연예뉴스로 자주 다뤄지던 시절이었다. 국내팬들 사이에서 청룽(성룡)과 저우룬파(주윤발) 이상으로 사랑받던 장궈룽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입사 6년째이던 우린 홍콩 등 중화권 매체가 쏟아내는 관련 뉴스들을 미친듯이 쓸어담아 번역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어에 능통한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공들여 번역한 모 현지 매체의 뉴스가 새빨간 가짜란 걸 뒤늦게 알고 허탈해했다. ‘장국영이 생전에 자국 매체의 보도를 그토록 불신하고 멀리하던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언론사에 입사하고 나서 연예인의 죽음에, 그것도 해외 연예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충격을 받기는 장궈룽이 처음이었다. 사망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줬던 동기와 함께 기사 마감후 맥줏잔을 주고 받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한 번하고도 절반 이상 바뀌었지만, 이제는 무대를 바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위주로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호텔 16층에서 왜 스스로 몸을 던져야만 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그래서 더욱 문득문득 그립다.

장궈룽이 ‘불멸의 신화’로 남게 된 이유를 자문해본다. ‘영웅본색’과 ‘패왕별희’에서 그랬듯이, 아마도 나이와 성별을 자유롭게 오갔던 극중 캐릭터 덕분이었을 것이다. 단언컨대 고인은 이들 작품에서 소년도 청년도, 남성도 여성도 아니었다.

또 ‘아비정전’과 ‘해피 투게더’, ‘동사서독’ 등에선 퇴폐와 허무의 끝까지 질주하길 서슴지 않았다. 자기 파괴적인 에너지가 너무 넘쳐흘러 보는 이들조차 위태롭게 만들었었다. 여기에 어떤 장르의 연기를 하더라도 내면의 기품을 결코 잃지 않던 모습까지, 동서양의 웬만한 배우들을 통틀어봐도 지금까지 이런 배우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 본다.

어느덧 장궈룽이 천상으로 떠났던 나이가 됐다. 학창시절 그의 영화에 울고 웃었던 시네마 키드는 갱년기를 걱정하는 중년남으로 변했다. ‘어쩌면 영생의 삶을 얻게 된 장국영은 그 모습 그대로겠지?’ 오늘밤 맥주 한잔에 어울리는 안주는 그가 남긴 영화들이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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