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국보 지정 예고
577년 제작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리(舍利) 공예품으로 꼽히는 충남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1767호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 일괄’을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로 이름을 바꿔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1일 밝혔다.
부여 사리기는 백제 왕실 사찰인 왕흥사터의 목탑지에서 2007년 발굴됐다. 청동제사리합, 은제사리호, 금제사리병의 3가지 용기로 구성돼 있다. 공예적으로 안정되고 세련된 기법이 사용됐고, 세부 구조물을 접합하고 다듬는 기술도 매우 세심하다. 단아한 모습과 보주형(寶珠形) 꼭지, 그 주위를 장식한 연꽃문양은 ‘공주 무령왕릉 출토 은제탁잔’(525년), ‘익산 마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639년)와도 조형적으로 연관된다.
제작 시기를 특정하는 명문도 뚜렷하게 남아있다. 청동제사리합 겉면에는 한문으로 ‘정유년 2월 15일 백제왕 창이 죽은 왕자를 위하여 찰(절)을 세우는데 2매(二枚)였던 사리가 장례 지낼 때 신(神)의 조화로 3매(三枚)가 됨’이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577년 백제 위덕왕이 죽은 왕자의 명복을 빌며 만든 왕실 공예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경북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와 ‘김천 직지사 괘불도’, 고려 말 문인 ‘도은 이승인 선생 시집 권1~2’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삼장보살도는 1740년 제작돼 대둔사에 봉안됐던 작품으로, 세로 238㎝, 가로 279㎝의 대규모 화면에 천장보살과 지지보살, 지장보살 등 세 보살의 모여 있는 장면을 담았다. 유려하면서도 세련된 필치와 안정된 구도, 적색과 녹색이 중심이 된 조화로운 색감이 눈에 띈다. 괘불도는 1803년 제작된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19세기 괘불 중 가장 시기가 빠르고 규모도 크다.
이 유물들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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