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이면 더 잘 도울 수 있겠죠” 총선 역할론에 여지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 및 내년도 총선 출마를 포함한 향후 거취와 관련해 “앞날에 대해 그다지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로 추대되는 상황을 “황홀한 덫”이라고 표현하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중국 충칭(重慶)에서 기자단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내년 총선 계획 등 정치적 거취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역할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역할 주실 분들이 생각하지도 않는데 ‘역할 주신다면 기꺼이…’ 같은 소리를 하면 실없는 사람이 되지 않느냐”면서도 “(그때) 가봐야겠죠”라며 총선 역할론에 여지를 남겼다. 또 지난달 여당 의원들과 만나 “자연인으로 총선을 도울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자연인이면 더 잘 도와지겠죠?”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선에 대해선 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 시점에서 대선 출마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더 많이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겠다는 것을 연일 깨닫는다. 정책을 세우고 전달하고 집행과정을 점검할 때 놓치기 쉬운 것들이 꽤 많은데, 총리로서 이제는 실수를 좀 덜 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간담회 말미 ‘당과 국민의 뜻이 모아진다 해도 대선 출마 생각이 없는지’라는 질문에 “황홀한 덫이기는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는 5월 말이면 취임한 지 만 2년이 되는 이 총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범여권 대선주자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리는 25~30일 몽골ㆍ중국 순방을 시작으로 올해 정상외교도 활발히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총리의 ‘투톱 정상외교’를 추진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서다. 이 총리는 27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 대해 “워낙 엄중한 문제였기 때문에 정감이 오가는 대화를 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리 총리가) 찬찬히 들어주고 반응이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일관계 개선이 시급하단 지적에 이 총리는 일본 고위급과의 소통 기회를 엿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6월에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10월 하순에 일왕 즉위 행사가 있다. 자연스러운 계기가 있어야 할 텐데 G20이 제일은 아닌 것 같다”며 여건이 좋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