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 사람들은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추가 대북 제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앞서 그는 22일 ‘추가 대북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트윗을 올린 바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추가 제재를 직접 부정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초강경파의 제재 강화 움직임과 ‘제재 만능론’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만하다.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그간의 움직임에서 북미 대화 재개로 방향을 다시 유턴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초강경파의 득세는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킨 요인 중 하나였다. 로이터는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와 핵물질을 모두 넘기라는 ‘빅딜’ 문서까지 건넸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에 가까운 압박의 결과는 협상의 파국과 긴장의 고조였다.
지난 30년 간 북핵 협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각오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비현실적 접근으론 비핵화 문제를 풀기 어렵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는 꼭 필요하지만 이행은 물리적으로 단계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으로서도 식상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대가로 제재의 해제를 요구할 게 아니라 적어도 전체 비핵화 로드맵엔 합의한 뒤 단계적 완화를 주장하는 게 이치에 맞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이행’을 결합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자 절충점이다.
마침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워싱턴DC에서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과 만날 예정이다.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잇따라 마주 앉는 만큼 무엇보다 긴밀한 조율을 통해 더 이상 엇박자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미 양쪽에 통 큰 결단과 유연한 접근을 주문하고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에 합의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게 문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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