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유럽 내륙국가인 슬로바키아에서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원외정당 소속 진보적 정치신인의 대통령 당선이란 점에서 일종의 선거혁명이면서 유럽 내 우파ㆍ극우 정당들의 도미노 집권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도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슬로바키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진보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 소속의 주사나 카푸토바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어 연립정부 여당인 사회민주당의 마로스 세프쇼비치 후보를 압도했다. 세프쇼비치 후보는 개표 도중 카푸토바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를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푸토바 당선인은 정치 경험이나 공직 경력이 전혀 없는 환경운동가ㆍ인권변호사이고 그가 속한 정당도 원외정당이어서 이번 대선 결과는 실질적인 선거혁명으로 평가된다. 슬로바키아는 지난해 2월 정치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간 유착관계를 취재하던 탐사보도 전문기자 피살사건 이후 정경유착과 부패ㆍ비리 척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았고, 카푸토바 당선인은 이번 대선을 선악의 싸움으로 규정하며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민심을 등에 업었다.
슬로바키아 대선 결과는 유럽에서 난민 문제를 앞세운 우파ㆍ극우 정당들이 2017년 말부터 오스트리아ㆍ헝가리ㆍ이탈리아ㆍ덴마크 등지에서 잇따라 집권하는 상황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도 있다. 고향마을에서 14년간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와 싸워 대법원으로부터 매립 불허판결을 끌어냄으로써 2016년 환경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받기도 했던 카푸토바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난민 수용과 동성애 지지 등 진보적인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고 실권은 총리에게 있지만, 내각 구성 승인권과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 중요한 권한도 갖고 있다. 신임 대통령 취임식은 오는 6월 15일에 열린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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