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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재 불쏘시개 ‘침대매트리스’

입력
2019.04.01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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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8~2017년) 국내서 발생한 화재사망자 4명 중 1명이 침실에서 발생했고, 침실 내 화재사고 사망자가 높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구당 0.7대 꼴로 사용이 보편화된 침대매트리스가 화염 및 유독가스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 모두 ‘우리 집 침실은 안전한가’라고 자문해야 할 때다. 작년 발생한 주택화재는 1만2001건으로 전체 화재의 28.3%였고, 화재사고 사망자 중 60% 정도가 주거시설에서 발생하는데 그 중 제일 위험한 곳이 바로 잠을 자는 공간인 침실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우리 모두 잠재적인 폭탄을 안고 자는 셈이다.

화재사망 통계가 입증하듯 침실은 가장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 사각지대로 돌변한다. 즉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침실로 이어지면 부피가 크고 겉감이 섬유로 돼있는 침대매트리스의 높은 가연성으로 인해 급격한 화염 확산이 일어나고 유독가스가 다량 배출돼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침대매트리스가 직접적인 발화원이 되지는 않지만 주택 내 화재가 발생하면 급격한 폭발성 화재(플래시오버)를 촉진시키는 ‘불쏘시개’가 되어 재실자의 대피 시간을 빼앗고,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관 안전에도 위협을 가중시켜 결과적으로 구조작업을 늦추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침대매트리스의 높은 화재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화재안전 관련 국내 법규는 현실과 매우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가장 낮은 안전관리등급인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으로 분류돼 있고 그마저도 가연성 확인을 고작 ‘담뱃불 시험법’(KS G 4300)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트리스 10분의1 표본 크기에 불붙인 담배를 놓아 불이 붙는지와 불꽃에 의한 손상 여부를 육안으로 관찰하는 게 전부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매트리스 측면과 상단에 버너로 불을 붙여 열방출률과 열방출 최고속도 등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자국 내 판매 및 유통을 못하게 하는 ‘실물규모 화재시험’이라는 강력한 난연 규정(미국 ‘16 CFR Part 1633’, 캐나다 ‘CAN/ULC-S137’)을 10여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2011년 미국 난연 규정을 준용해 국제표준(ISO 12949)을 제정했고, 한국도 이를 기초로 ‘KS F ISO 12949’ 시험표준을 만들었으나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건물 마감재나 고정가연물에 대한 화재안전성 확보에는 적극적이지만 침대매트리스, 소파와 같은 실내 적재가연물의 안전 기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소방청과 국가기술표준원 역시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침대매트리스에 대한 난연 규정을 강화하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침대 제조기업 중 몇 개 회사는 선제적, 자발적으로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난연 매트리스를 출시했으나 산업계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가 나서서 관련 규정을 도입하고 의무화하면 산업계의 인식과 행동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설에 규제가 어렵다면 대형화재 시 피해가 매우 큰 고층 주거시설이나 호텔, 병원, 요양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는 침대매트리스에 대한 난연 의무화 기준과 국제표준에 적합한 시험평가법을 제정, 시범 적용해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한 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는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현재 국가가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국가안전 대진단 사업 중 가장 시급한 빅이슈로 침대매트리스의 난연 규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들도 침대매트리스의 화재위험성을 인식하고 정부와 기업이 보다 현실적인 화재안전 정책과 기술개발에 나서도록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안전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영진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ㆍ호서대 안전소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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