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쪽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와 관련해 이틀 연속 멕시코를 비난하며 국경 폐쇄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캐러밴(중남미 이주민 행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엘살바도르ㆍ과테말라ㆍ온두라스 등 중미 3개국에 대한 원조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멕시코는 미국에 들어가려고 하는 수천명의 사람을 막기 위해 매우 강력한 이민법을 사용해야 한다”며 “우리의 구금 구역은 최대한도에 달했고 우리는 더는 불법 체류자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단계는 국경을 폐쇄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또한 멕시코로부터의 마약 유입을 막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는 현행 이민법이 매우 취약하다고 전제한 뒤 “이민법을 고치는 것은 매우 쉬울 것”이라며 “1시간도 채 안 돼 투표하고 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은 범죄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설령 미국을 위해 좋다고 해도 트럼프와 공화당의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강화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비판해왔으며 남쪽 국경으로 범죄자와 마약이 대거 유입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여러 건의 트윗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민법을 가진 멕시코는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 등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면서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불법 이민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다음주에 국경 전체나 상당 부분을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민법과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세계에서 가장 약한 이민법을 우리에게 줬다”며 “의회는 약한 이민법을 지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장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고 있다”면서 엘살바도르ㆍ과테말라ㆍ온두라스 등 중미 3개 국가에 대해 “2017회계연도와 2018회계연도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심각한 빈곤을 겪는 중미 지역의 안정과 불법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원조를 제공해왔다. 특히 이번에 원조를 중단키로 한 3개국은 지리ㆍ경제적으로 밀접해 ‘중미 북부 삼각지대’(Northern Triangle)로 불린다. ABC 방송은 “세 나라는 미국을 향하는 이민자의 주요 원천이지만, 미국은 그들의 정치 환경과 경제를 안정시키고 폭력과 부패를 종식해 이민자가 고국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수년간 협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개국에 대한 모든 직접 지원을 끝내도록 지시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에도 이들 국가가 캐러밴의 미국행을 막는 데 미온적이라며 원조를 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온두라스 원조에 편성한 예산은 6,580만달러(약 741억원)다. 과테말라에는 6,940만달러(약 782억원), 엘살바도르에는 4,570만달러(약 515억원)가 각각 배정됐다.
이번 결정과 관련,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민 문제 파악을 위해 엘살바도르를 방문 중인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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