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사지휘, 검사의 ‘빨간펜’
※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간이 조명될 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법조계. 철저히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세상에는 속설과 관행도 무성합니다. ‘법조캐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일보>가 격주 월요일마다 그 이면을 뒤집어 보여 드립니다.
영화 '공공의 적'을 캡쳐한 장면. 검사(서태화 분ㆍ왼쪽)가 경찰서에 찾아와 담당 경찰관들의 군기를 잡는 모습이다.

‘빨간펜’과도 같은 검사의 수사지휘가 법률적 근거가 있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지만, 받아들이는 경찰관의 입장에서는 서운하거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일선 경찰관들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수사 외적인 일에까지 확대되거나, 수사지휘 과정에서 경찰이 검찰의 하부조직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경찰관이 검사에게 보내는 수사지휘건의서는 ‘품신서(稟申書)’라고 불렸다. 품신은 아랫사람이 어른께 여쭤 아뢰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 관계도 그랬다. 만 20세에 사법시험에 ‘소년급제’ 했던 한 23세 검사가 경찰 간부에게 ‘가방셔틀’을 시켰다는 일화는 과거 검경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그 시절을 경험한 경찰들은 담당 검사에게 찍혀 고생한 경험을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었다. 큰 마음 먹고 검사에게 대든 다음날이면 “등청(登廳)하라”는 메모가 책상에 붙었다. 검사에게 찍힌 다음 영장을 신청하면 기각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검사가 경찰관을 하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여전히 피의자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경찰에게 고압적 언행을 한다거나 잡무를 떠넘기는 사례는 여전하다. 처리가 곤란한 고소ㆍ고발 사건을 경찰에 떠넘기는 관행도 수직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경찰은 받아들인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이 독립된 기관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 국민의 이익도 커진다”며 “수사지휘의 순기능은 보완수사 요청 등 정부안으로 개선될 때에도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검ㆍ경수사권 조정으로 두 기간 간의 긴장관계가 격화된 상황에서도 일선 경찰관들은 검사의 보완수사 지휘나 법리검토 역할 자체를 문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찰관들이 시작한 사건을 재판에서 유죄로 이끌어 주는 것은 결국 검사이고, 재판의 전문가로서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내는 등 수사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평도 나왔다.

10년 넘게 형사과에서만 근무한 베테랑 형사는 “특히 강력 사건이 거의 없는 지방 소도시나 농촌의 경우 ‘초짜 형사’들이 많고 유착 가능성도 있어 검사의 역할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형사는 “형사 업무를 거의 거치지 않은 행정경찰이 경찰 조직 고위직 대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선, 그런 행정경찰 출신 간부의 지휘보다 오히려 검사의 수사지휘가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꽤 된다”고 털어놓았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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