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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족쇄’ 푼 트럼프, 대북 문제 다시 팔 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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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족쇄’ 푼 트럼프, 대북 문제 다시 팔 걷어

입력
2019.03.29 17:53
수정
2019.03.29 18:5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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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를 방문해 러시아 특검에서 면죄부를 받은 후 첫 대중 유세를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를 방문해 러시아 특검에서 면죄부를 받은 후 첫 대중 유세를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이란 정치적 족쇄에서 풀려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운신의 폭을 넓히며 외교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선 재선 가도에 본격 착수하면서 자신의 주요 치적으로 여기는 대북 정책에서도 교착 국면을 뚫기 위해 팔을 걷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0~11일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위태로운 상태인 대북 협상의 새 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기 전에 북핵 문제를 진전시키거나 적어도 북한이 대화에서 이탈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상황 관리에 적극 나서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양자간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과 관련한 최근의 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며 “한미 동맹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핵심이며 이번 방문은 이런 동맹과 우정을 강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단계적 접근과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굿 이너프 딜’을 제기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제안을 들으면서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여유를 찾게 돼 북한 문제에 더욱 집중하며 톱다운 드라이브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참모들과 엇박자를 빚어가며 ‘추가 제재 철회’ 트윗을 띄운 데서 드러나듯, 참모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더욱 강경해진 기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약화시키려는 강경파 참모들을 저지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노벨상 추천을 부탁할 만큼 노벨평화상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도 대북 협상 진전에 힘을 쏟으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공모 사실을 찾지 못했다’는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보고서의 요약본이 공개된 이후 곧바로 오바마 케어 페지, 국경장벽 건설 등 국내적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데도 거침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25일 베냐민 네타냐휴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며 중동 정세를 흔들고 있다. 27일에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부인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를 향해 “베네수엘라에서 나가라”고 경고하고 군사옵션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베네수엘라 사태에 강력 개입할 의지를 보였다.

러시아 특검 수사의 짙은 먹구름이 걷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상대하는 데서도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최근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아울러 친이스라엘 노선이나 베네수엘라 사태 개입, 북핵 문제 진전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재선 가도에서 주요 업적으로 내세울 사안들이어서 ‘트럼프표 외교’ 드라이브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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